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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 마침내 마주 앉는 노사정,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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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초래된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가 20일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줄곧 사회적 대화기구를 외면해온 민주노총이 먼저 대화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노사정 대타협에 거는 기대는 높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가 힘을 보태 경영계를 일방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으니 걱정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지난달 17일이다. 올해 4월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47만여 명 줄어들어 고용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악이다. 이런 때에 "국민 세금을 기업에 지원하려면 총고용 유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해고금지와 고용보장 의무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 직속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1999년 탈퇴한 민주노총이 다시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상황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8% 급감했다. 한마디로 반 토막이다. 수출·생산 등이 2분기에 더 악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경쟁력 향상은 쏙 빼놓고 근로자 해고금지와 고용보장만 요구한다면 이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더 오래 받을수록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청년 구직자의 취업도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오죽하면 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3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했겠는가. 코로나 사태로 경제 여건이 훨씬 나빠졌는데도 노동계가 고통분담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고용보장만 요구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부가 보다 강력하게 노동계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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