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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필동정담] 당선인 표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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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15일 선거를 치른 뒤 꼬리표로 붙어다니던 당선인 혹은 당선자라는 표기도 뗀다. 헌법과 관련 법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선거를 통해 최다 득표를 올린 후보자를 당선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년 1월 이전까지는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직인수위는 느닷없이 앞으로 당선인으로 써달라고 언론에 주문했다. 중앙선관위가 주는 증명서에 당선인증이라고 돼 있고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 당선자로 명기돼 있다. 헌법 67조 2항에 "선거에 있어서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했다. 68조 2항에도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라고 써 놓았다.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를 정하는 규정이다. 성문법 체계의 최상위인 헌법에 당선자로 돼 있는데 하위법에 당선인이라는 다른 표현이 있다며 상위법을 무시한 꼴이다. 천박한 편의주의에 다름 아니다. 당시 이명박 당선자와 충성파 측근이 대통령 될 분에게 놈 자(者)를 붙여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했고 인수위가 그대로 언론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표기된 당선자로 쓰는 것이 맞는다고 했지만 당선자의 위세에 눌려버렸다.

이후 대통령부터 국회의원에게 당선인과 당선자 호칭은 혼재돼 쓰이고 있다. 당선자보다 당선인이 좋다는 논리면 선거 치르기 전에 붙이는 후보자도 후보인으로 부르자고 할 건가. 또 어느 센 분이 마음에 안 들어하면 바꿀 건가. 대통령 후보인? 국회의원 후보인?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 같다. 성문법 체계를 유지할 거면 헌법에 있는 표기에 맞춰 하위법을 통일하는 게 맞는다. 언론의 표기도 이를 존중해야 대중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윤경호 MBN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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