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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매경춘추] 21세기의 연금술,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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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4월 말 과학기술관계장관들이 영상으로 만났다. 이날 장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범정부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혁신으로 어떻게 극복할지를 논의했다.

자원 순환 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는데, 특히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과 효율적인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투자 전략 등이 강조됐다.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활용해 양질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자원 안보 강국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재활용 기술은 그러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발판이다. 그날 논의에는 재활용 기술에 대한 그러한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폐기물 관리의 선진국으로 꼽혀왔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됐고 2003년엔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가 시행됐다. 이런 제도 도입으로 재활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85%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석탄재, 폐배터리,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입량(252만t)은 수출량(17만t)의 15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내 폐기물 자원의 활용, 즉 자원 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희토류 등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핵심 희소 금속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전기차와 정보기술 산업의 확대 등으로 희소 금속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입 의존은 더욱더 깊어만 가고 있다.

따라서 폐배터리, 폐가전 등 버려지는 폐자원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확보 기술이 전에 없이 요구되고 있다. 폐자원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선 몇 백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며, 그에 따른 환경오염이 유발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친환경적인 재활용 기술에 관한 연구가 각별히 필요하다.

오늘날 대부분 산업활동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로 이어져 있다. 즉 제품의 설계, 생산, 유통, 소비의 단계와 그 연결 과정이 국경을 뛰어넘어 서로 얽혀 있다. 이런 초국경적 연결에서 한 국가가 원재료를 얼마나 가지는가는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점점 심해지는 자원 고갈 상황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술 보유 국가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또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폐자원 재활용 산업의 약진을 위해 기술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쓰레기 속에서 보물인 자원을 발견하는 기술은 4차 산업으로 열리는 21세기의 연금술인 셈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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