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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기선완의 9988] 코로나19 감염과 면역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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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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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최고령인 104세 최모 할머니가 지난 15일 경북 포항의료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할머니는 천식 등의 기저 질환이 있었고 한때 폐렴까지 심해져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았지만 지속적 치료로 상태가 호전됐다. 기저 질환을 동반한 104세 코로나19 확진자의 완쾌는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노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한 감염증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노인들은 아무래도 만성적인 기저 질환을 많이 갖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심장과 호흡기 질환 혹은 당뇨를 앓고 있는 노인들은 조심해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10명 중 8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사망률은 70세를 전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에 따르면 60대의 사망률은 4%인데 비해 70대에선 8.6%까지 치솟는다. 85세 이상은 10~27%나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른바 ‘면역노화’가 일어나 노인들이 외부 병원체에 대항하는 능력이 젊었을 때보다 떨어지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면역기능에도 황혼기가 있다는 말이다.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의 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든다. 아동기보다 사춘기가 되면 T세포의 수는 10분의1로 감소하고 40,50대가 되면 그 수가 다시 10%로 줄어든다. 이런 T세포로는 처음 겪는 외부 병원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면역 세포 간 의사소통도 더뎌진다. 병원체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대응하는 면역세포들이 반응을 한 뒤 면역 신호를 보내야 T세포를 비롯한 이차적으로 반응하는 다른 면역 세포들이 전장으로 모여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런 면역세포들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그 결과 T세포의 면역 반응이 느려진다.

다행히 나이가 들어도 항체를 만드는 B세포의 기능은 T세포만큼 떨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B세포의 항체 생성 기능도 과거의 항원에 대해선 활발하지만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선 강력하지 못하다. 면역계가 이전에 접촉한 경험이 있는 병원체에 2차로 노출됐을 때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뜻하는 ‘면역 기억(immune memory)’도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약하다. 이에 따라 재감염의 위험도 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노인들의 면역 기능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특별한 방법도 없다. 노인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더 조심해야 하고, 공동체 모두의 안녕을 위해 젊은 사람들도 방역에 더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인생 2막 준비를 위해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교수의 칼럼을 ‘이런2막’ 기획과 함께 격주로 싣습니다. 9988이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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