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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코로나가 흔든 자율주행차 판도… 美 급정거, 中은 급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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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美·中 자율주행차

- 美, 투자금 끊기고 인력 감축

코로나로 주행테스트 모두 멈춰… 개발 인력까지 해고, 상용화 연기

운송용 무인차 분야로 투자 몰려

- 中, 규제 풀고 인프라 확충

일반 도로 테스트 속속 허가… 승객까지 태우고 주행 실험

5G 스마트 고속도로 건설 착수

미국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크루즈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 여파로 전체 직원(1800명)의 8%인 14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일반 사무직뿐 아니라 라이다 센서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다루는 개발 부서 인력까지 내보낼 계획이다. 크루즈는 지난 1월 레벨5(운전대가 없는 완전자율주행) 수준의 무인(無人) 전기차를 공개하는 등 미국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일본 혼다·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70억달러(약 8조5000억원) 넘게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투자금이 끊기면서 긴축에 들어간 것이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기업은 코로나 이후 도로 주행 테스트를 모두 중단했다. 비대면 확산으로 자율주행차의 기술 중심이 유인(有人)에서 음식·화물 배달 등 무인(無人)으로 옮아가면서 여객용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감원을 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기업들이 공언했던 2020년 자율주행 상용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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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진정세에 접어든 중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던 미국이 주춤하자 중국이 기술 격차 좁히기에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후발 주자 중국이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중단된 틈을 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에 도로 주행 '스톱'된 美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30여곳의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코로나 이후 일반 도로 주행이 막히면서 상용화 일정도 멈췄다. 아직 매출을 올리는 곳이 거의 없어 외부 투자마저 줄어들자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기업 가치 20억달러로 평가받는 죽스는 자금 악화로 이달 초 인력을 감축했고, 자율주행 트럭 업체 이케코디악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부품 업체 벨로다인 라이다도 감원을 앞두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는 자율주행차 개발 부진 등으로 1000명 이상 해고했다. 누로·이지마일은 자율주행 사업이 악화하자 임시로 의료 용품을 생산해 연명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추가 투자를 받기 전까지 어쨌든 버티겠다는 것이다. 아르고는 워싱턴·디트로이트에서 추진해온 도로 주행 테스트를 무기한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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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포드는 이달 초 "2021년 선보이려 했던 자율주행차 출시를 1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로 기존 완성차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을 뒤로 미룬 것이다. 포드는 마이애미·오스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도로 테스트도 중단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음식·배달 등 무인 운송 자율주행차에 투자가 몰리는 것도 기존 여객용 자율주행차 개발사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무인 운송용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짧은 거리를 다니는 데다 사람을 태우지 않아 상대적으로 개발 문턱이 낮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7개월 미국 내 무인 배달 차량 업체 20여곳에 최소 60억달러(약 7조3000억원)가 투자됐다. 존 크라프시크 웨이모 최고경영자는 "(코로나를 계기로)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여객 운송보다 화물 운송 분야가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갈 시간 번 중국

중국 기업은 지역 사회가 코로나 진정세에 접어들자 자율주행차 시범 서비스에 나서면서 미국 추격을 개시했다. 실험실에서 개발하던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 올려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간 것이다. 바이두는 지난달 22일 창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무료 시승 테스트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스타트업 오토엑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하이에서 시작했다. 이 차량은 시내를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고, 지정된 구역이 아닌 어디에서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중국 정부도 규제를 풀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샤오마즈싱은 최근 베이징시로부터 시내 도로에서 일반 시민을 태우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28일 항저우와 닝보를 잇는 161㎞ 길이의 스마트 고속도로 건설에 착수했다. 이 고속도로에는 5G(세대)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와 자율주행차 전용 관제탑 등이 설치됐다. 차량과 도로, 통제 센터 간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도로 건설 비용에만 707억위안(약 12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IT 업체의 한 임원은 "자율주행차는 도로 테스트를 통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아직 미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한 수 위지만 중국이 물량 공세로 나서면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라 기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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