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광주에서도 “딴소리를 해 마음의 상처를 주는 우리 당 사람이 있다”며 거듭 사과했다. 5·18 단체 관계자들은 “사과에 진정성을 느꼈다”며 통합당 지도부를 맞이했다. 지난해 39주년 기념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생수병과 의자가 날아왔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유산이고, 그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주도 세력을 반란죄로 단죄하고, 5·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이 현 미래통합당의 뿌리인 김영삼 문민정부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이 마치 반(反)민주·쿠데타 옹호 세력처럼 비친 것은 당 일각에서 5·18을 폄훼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할 지도부는 되레 묵인하고 감싸는 등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그러면서 광주를 찾은들 누가 진심으로 왔다고 생각했겠나.
5·18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통합당이 낡은 관념을 버리고 새로 팔 벌려야 할 대상은 많다. 양극화와 경제 성장 저하로 분배와 공정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성장 위주의 낙수효과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는 낡은 경제관, 툭하면 상대방을 주사파로 낙인찍는 색깔론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진 탄핵을 당 대표가 인정하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 매도 등 막말이 횡행한 것도 중도층이 등을 돌리게 만든 일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광주에서 환대받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로 가능한 일이 됐다. 큰 변화는 상식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작은 노력이 쌓여서 이뤄진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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