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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기고]‘서울로 7017’ 3년, 정책적 상상력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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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많은 도시에서 자동차를 위한 공간의 상당 부분을 보행자를 위해 바꾸고 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가 보행자 광장으로, 자동차의 물결로 가득하던 파리의 강변도로가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뀐 것은 이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승용차들이 도심에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구역을 설정하거나, 차로를 줄여 보행공간과 자전거도로를 마련하는 것도 많은 도시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그 현상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되어 왔으나, 왜 그렇게 도시를 바꿔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하다. 기존의 도시를 바꾸는 일은 힘들고 반대가 많은 일인데 그를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향신문

오성훈 |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도시설계연구단장


올해 2월19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장관급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의 국제적인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스톡홀름 선언이 발표됐다.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를 달성하는 데 있어 도로, 토지이용, 가로설계, 교통체계 등이 통합적으로 개선돼야 하며,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적극 보호함으로써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도로교통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더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적이면서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스톡홀름 선언이 보행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새로운 에너지 정책, 효율적인 교통체계, 도시공간의 활성화, 삶의 질과 형평성 등 도시정책 전반에 걸친 의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20일로 ‘서울로7017’ 개장 3년이 됐다. 서울로 조성 과정이나, 공간 요소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 이전에 서울로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와 정책적인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의 소통만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을 보행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도 된다는 것을 전달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자동차는 도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보행자와 다른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단순히 도시의 기능적 효율성 논의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서울로는 수직적으로 한정된 보행공간을 조성했지만, 주변의 길을 바꿨고 인접한 건물들도 변화했으며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유발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공간적 체험을 통해 새로운 서울로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지적인 장소의 효과에 만족하며 서울로가 담을 수 있는 더 넓은 정책적 목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서울로라는 허공 속에 높이 솟은 구조물은 근미래의 도시가 당면하게 될 의제들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시정책의 방향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품고 있기도 하다. 서울로가 획득하게 된 정책적인 상징성을 여러 도시정책 부문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보행자, 자전거의 치열한 경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길과 장소에 대한 정책적 견해를 재고해야 한다. 길과 장소에 대한 논의는 기후위기나 인구 축소와 같은 새로운 도시문제 대응 방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울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서울로 이후의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오성훈 |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도시설계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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