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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우버, 직원 6700명 자르고선 "빌어먹을 바이러스 못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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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우크라이나의 한 우버 이츠(Uber Eats) 배달원이 배달 음식을 꺼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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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승차 공유 업체 우버(Uber)가 이달에만 총 6700명을 해고한다. 전체 직원(2만8600명)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우버를 찾는 사람이 1년 전 보다 80%나 줄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이 회사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차량호출 사업을 망가트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버는 이달 초 3700명의 해고를 결정한 데 이어 18일(현지시간) 3000명을 추가 감원한다고 밝혔다.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직원들에게 2차 감원 소식을 알리는 이메일에서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감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버는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발목이 잡혔다. 1분기에 낸 손실만 29억달러(약 3조5000억원)다.

코스로샤히는 이메일에서 “우리 모두와 사회, 정부, 가족, 우리 경제, 전 세계에 전례 없는 도전적인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감원과 함께 전 세계 45개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통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연구소와 제품 인큐베이터 등 ‘비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줄일 계획이다.



음식 배달 사업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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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지난해 6얼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 클럽에서 발언을 하는 중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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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대규모 감원은 1분기 자금 사정만 반영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의 모습에 발맞춰 향후 사업을 재조정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Uber eats)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그렇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심하게 유행한 기간 음식 배달 시장은 오히려 급성장했다. 실제 우버는 미국 2위 음식 배달 업체인 그럽허브(Grubhub)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우버 이츠의 총 주문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우버의 이번 조치를 반긴 사람들도 있다. 바로 투자자들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버는 10억 달러(1조 226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 감원 소식이 알려진 18일 우버의 주가는 15일 종가보다 6% 폭등했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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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이츠 모바일 앱 화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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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코로나19가 수그러들 징후도 보이는데 우버가 너무 섣부른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코스로샤히는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무제표는 여전히 건강하고 우버 이츠는 실적이 좋다”며 “아마도 우리는 이 빌어먹을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희망에 기대는 것과는 다른 답을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업을 하면서 오늘보다 힘든 날은 없었다”,“이번 결정으로 고통을 받게 될 직원과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라고도 전했다. 코스로샤히 CEO는 100만 달러(12억 2600만원) 가량의 올해 기본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전 세계 1억명 이상의 이용자, 시가총액 70조원의 우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기업으로 꼽히다. 자구책도 동원하고 있다. 18일부터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인증해야 운행할 수 있게 했다. 또 앞좌석 탑승 금지, 모든 짐은 손님이 직접 운반, 환기를 위해 창문 개방 등 새로운 원칙도 발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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