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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권정생 감동' 다시 느낀다…손수 만든 동시집 반세기만 정식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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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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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1937~2007)은 평생 동화와 산문 등 다양한 글을 써왔다. 그는 동화 '몽실 언니' '강아지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 감동을 주기도 했다.

권정생 선생은 13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순수하고 맑은 글은 책으로 남았지만, 다시는 새로운 글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의 청년 시절 동시를 볼 수 있게 됐다. 권 선생이 지난 1972년 손수 엮은 동시집 '산비둘기'가 오는 20일 출간되기 때문이다. 이는 권 선생이 스스로 첫 작품집이라 칭한 책이기도 하다.

권 선생은 당시 자신의 담백한 시와 소박한 그림을 담아 동시집을 엮었다. 그러나 단 2권, 자신이 소장할 것과 오소운 목사에게 건넬 것만 만들었다. 이후 권 선생이 소장하던 책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동시집은 묻힐 뻔 했다. 그러나 오 목사가 간직하던 책이 남아 있었고, 반 세기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책에는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권정생 선생의 청년시절이 담겼다. 권 선생은 1955년 부산에서 점원 생활을 하던 중 결핵을 앓아 수년 간 투병생활을 한다. 이때 어머니의 노력으로 몸이 회복됐다. 하지만 어머니의 건강은 악화된다. 결국 어머니는 병석에 누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하고, 권 선생은 당시 슬픔과 충격에 결핵균이 온몸에 퍼진다. 그는 거듭된 수술로 살아나지만, 상처는 온몸에 새겨졌다. 권 선생은 그 상처를 시로 옮겼다.

책에는 총 25편의 시가 실렸는데, 그 중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가 9편으로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하느님, 자연과 인간 등 다양한 주제로 쓴 시가 담겼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권정생 선생이 직접 꾸몄다는 점이다. 그는 손수 동시집을 엮으면서 사인펜으로 동시를 쓰고, 색종이를 활용해 표지와 본문을 꾸몄다. 100% 그대로는 아니지만, 창비 측은 표지는 물론 본문 그림까지 최대한 권 선생의 손길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책 말미에 실린 2편의 글도 의미가 있다. 권 선생 생전에는 가깝게 지냈고, 사후에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오랫동안 사무처장을 맡았던 안상학 시인이 책의 의미를 짚어보는 글이 실렸다. 또한 아동문학 연구자 이기영이 어떻게 이 동시집이 정식 출간에 이르렀는지 밝히는 발굴 해설이 담겼다.

"엄마 별이 / 돌아가셨나 봐 // 주룩주룩 밤비가 / 구슬피 내리네. // 일곱 형제 아기 별들 / 울고 있나 봐 // 하얀 꽃상여 / 떠나가는데 // 수많은 별님들이 / 모두 불을 끄고 // 조용히 조용히 / 울고 있나 봐 // 주룩주룩 / 밤비가 내리네."(밤비)

◇ 산비둘기 / 권정생 지음 / 창비 / 1만2000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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