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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中 "D램 개발" 자신감…알고보니 삼성 인력 빼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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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편집자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부품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또다시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돈다. 중국의 반도체 사업은 더욱 '독자생존' 길을 걷고 한국 기술인력 사냥은 한층 노골화할 전망이다.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베끼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중국의 한국 기술인력 스카웃을 집중 조명해본다.

[MT리포트-중국 인력 블랙홀 '천인계획']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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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10년 이상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자'

중국 푸젠진화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반도체 고급인력 채용 공고를 띄운 지 1년 만인 지난달에 D램 재개발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금 56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종잣돈으로 2016년 설립된 이 업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D램 개발은 포기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의 '에이스' 영입에 성공했다는 추측과 함께 푸젠진화는 D램 기술력 확보에 재시동을 걸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 업체가 한국 인력들을 얼마나 많이 빼갔느냐에 따라 D램 개발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양산까지는 수율 개선 등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며 "그래도 공정 전반을 꿰뚫은 사람 1명만 있어도 신생 업체 입장에서는 수십 년의 노하우를 빠른 시간 내에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韓 반도체 '레시피' 획득 지름길은 인력 빼가기


이처럼 중국이 한국 반도체 인력을 빼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 확보 때문이다. 같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고 해도 업체마다 쓰는 화학물질과 설비, 클린룸 배치도까지 모두 다르다. 일명 '레시피'(조리법)로 불리는 이런 노하우는 수율과 양산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력들에게 거액의 스카웃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레시피를 꾸준히 입수해왔다.

중국은 이런 편법으로 낸드보다 난이도가 높은 D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7나노 이하까지 미세공정 기술이 진행된 반면 D램은 아직 10나노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D램의 경우 캐패시터와 트랜지스터 등 회로 내부 셀 구성 자체가 까다로운 탓에 미세화가 최대 난제다. 중국이 10년 이상의 한국 반도체 베테랑만 빼가는 이유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퇴사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임직원 중에서는 증거는 없지만 중국행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며 "정말 이러다 중국이 가시적 개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BOE는 韓 디스플레이 '복사판'

LCD(액정표시장치)를 중국에 내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인력 유출은 반도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1위인 BOE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까지 넘보고 있다.

BOE의 중소형 OLED 공장인 청두 'B7'과 충칭 'B12'에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대거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곳의 일부 생산라인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복사판'이라는 지적까지 들린다.

특히 B7 구축 당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근무한 A씨가 설비 발주 등 초기 운영 전반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라인의 총괄 운영 역시 한국인 B씨가 맡고 있다는 후문이다.

BOE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쓰는 것과 똑같은 증착기 등 고가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국내 업계는 추정한다. 그럼에도 수율이 10~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한국인 전문인력들을 대거 스카웃 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패널 수율과 팹 운영 등은 결국 사람 머릿속에 들어있는 노하우"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만 갖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한국 인력들을 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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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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