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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연봉 3배에 아파트까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중국 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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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편집자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부품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또다시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돈다. 중국의 반도체 사업은 더욱 '독자생존' 길을 걷고 한국 기술인력 사냥은 한층 노골화할 전망이다.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베끼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중국의 한국 기술인력 스카웃을 집중 조명해본다.

[MT리포트-중국 인력 블랙홀 '천인계획']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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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은 과연 어떤 조건을 내걸기에 한국 전문인력을 순조롭게 빼갈 수 있을까? 중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카드의 면면을 보면 소득수준과 삶의 질이 한결 높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거주지를 옮기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내건 한국 전문인력 채용조건을 보자. CATL은 당시 한국 배터리업체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180만위안(약 3억1116만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부장급 직원들이 한국에서 받는 평균 연봉이 1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봉만 3배가 넘는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도 파격 조건으로 한국 직원들을 스카웃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BYD는 고액의 연봉 외에 성과급, 숙소, 자동차 구입 보조금까지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ATL은 10년전 만해도 기존 연봉의 10배까지 제시하며 한국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물론 최근에는 한중 양국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며 이 같은 몸값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2~3배는 기본이다. 여기에 대도시 아파트 임대료가 유난히 비싼 중국에선 주택 임대료와 자녀 국제학교 교육비 등이 추가로 붙는다. 한국을 오갈 수 있는 항공권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금액만 1억원을 넘기도 한다.

이 같은 파격 조건이 얼마나 심각한 중국 엑소더스(대량으로 인원이 빠려나가는 현상)을 부를 수 있느냐는 통계가 있는 항공 조종사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외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 460명 중 80%에 달하는 367명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그러나 중국의 파격 조건은 또 한편으로 위기 시 '해고 1순위'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단적으로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사태 확산으로 경영난을 겪은 중국 동방항공이 한국인 객실승무원 73명을 무더기 해고한 게 대표적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파격 조건만 믿고 이직했다가 2~3년이 채 안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낭패를 겪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기업 주재원은 "중국의 한국인 채용조건은 겉으로 볼 때는 엄청난 조건이지만 정규직이 아닌 경우도 있는 등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헛점이 많다"며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고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재취업하지 못하는 사례도 꽤 있다"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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