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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16조 넘은 증권사 발행어음, 역마진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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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에만 잔액 4조원 넘게 증가

초저금리 시대·증권사 영업활동의 영향

기업금융 시장 경색·부동산 시장 악화 부담

뉴시스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승인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이 2년 6개월만에 잔액이 16조원을 돌파했다.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영업과 초저금리 시대의 맞물림 덕분이다.

다만 지속해서 떨어진 금리로 역마진에 대한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부족했던 유동성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내세웠던 금리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발행어음 잔액은 총 16조5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말의 12조8922억원 대비 24.6% 급증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8조2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집계됐으며,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4조482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받은 KB증권은 3조3750억원을 기록 중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4개월새 4조원 넘는 발행어음이 발행된 이유로는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바 있다. 기준금리가 0.75%로 떨어지면서 금리가 하락하자 발행어음의 매력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가입 유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 계좌개설 고객과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연 3%, 연 10% 금리의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진행했고, 이달에는 연 5%의 특판을 팔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를 통한 계좌 개설 고객에게 연 4.5%(세전)의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진행했다.

후발주자인 KB증권의 공격적인 영업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특판이 아닌 기본 발행어음의 금리를 연 1.95%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1.60%)과 NH투자증권(1.55%) 대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오는 6월에는 발행어음 출시 1주년을 맞이해 'Step-up발행어음'을 개인고객으로 확대해 판매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공격적 영업에는 주가연계증권(ELS)발 마진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말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ELS발 마진콜이 들어오자 현금이 부족했던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발행어음은 기업대출·채권,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5% 정기예금이 있다고 하면 투자자가 몰리는 그런 상황에서 저런 상품을 내놨다는 것은 뭔가 급한 것"이라며 "현금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역마진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운용은 각각의 차이가 있으나 통상 회사채 등의 채권이 50% 이상을, 부동산금융이 20~30%를 차지한다. 하지만 기업금융 시장 경색에 조달 자금을 굴릴만한 수익원이 적어졌고,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발행어음을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은 역마진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어느 정도 부담이 있다 보니 주로 적립식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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