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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뙤약볕 알아서 가리는 '똑똑한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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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차단해 온도 조절하는 창 개발

색깔 바꿔 태양빛 차단하기도

당기면 커튼처럼 햇빛 막아주는 창문도

겨울에는 그렇게 햇빛이 아쉽더니 기온이 올라가면 커튼으로 가리기 바쁘다. 번거롭게 커튼을 열고 닫을 필요 없이 창문이 알아서 다 해줄 날이 멀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개발된 ‘스마트 윈도(smart window·지능형 창문)’는 상황에 따라 알아서 빛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창문뿐 아니라 자동차 유리, 다양한 소재·부품에 활용될 수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기관 리포츠앤리포츠에 따르면 스마트 윈도 시장 규모는 2023년 823억달러(약 9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창문이 적외선 차단해 실내 온도 조절

스마트 윈도는 특히 실내 온도 조절을 하는 데 유용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25%가 건물에서 발생한다. 그중 절반은 실내 온도 유지에 사용된다. 이마저도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창호 시스템으로 손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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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업 박사가 개발한 스마트 윈도 필름 시제품을 점검하고 있다./생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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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외부 기온 변화에 따라 적외선 투과율이 달라지는 스마트 윈도를 개발했다. 적외선은 태양광 중 파장이 짧은 빛으로 열을 발생시킨다. 김대업 박사 연구진은 특정 온도에서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적외선은 차단하는 소재인 이산화바나듐을 이용했다. 기존 이산화바나듐 박막은 섭씨 68도에서 적외선을 반사해 사실상 온도 조절에는 쓸모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산화바나듐에 텅스텐을 첨가했다. 그러자 적외선 반사 온도를 23도까지 낮출 수 있었다.

실험에서 스마트 윈도는 여름철 발생량의 70%에 해당하는 적외선을 차단했다. 김대업 박사는 “적정 실내 온도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일반 창호보다 30%가량 줄이는 것”이라며 “적외선 램프로 평가했더니 스마트 윈도 필름 부착 여부에 따라 실내 온도 차가 13도 정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리창의 색을 바꿔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치환 박사 연구진은 태양전지와 전기변색 기술을 융합했다. 이전에도 전기를 흘려 창의 색깔을 바꾸는 제품이 있었다. 하지만 열고 닫는 창문에 전기 배선을 연결하기 쉽지 않고, 창문이 커질수록 저항이 커져 전기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태양전지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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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색깔이 변하는 스마트 윈도/에너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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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태양광에 반응해 전기를 만드는 소재와 전기변색 소재를 합쳐 유리에 코팅했다. 햇빛이 강해지면 스마트 윈도에서 미량의 전기가 발생한다. 이 전기로 유리가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적외선과 가시광선을 차단한다. 공동 연구자인 홍성준 박사는 “별도의 전원 공급 장치 없이 조명과 냉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30~40%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창 코팅 필름이 커튼 역할 하기도

마치 블라인드처럼 필름을 당겨 햇빛을 막아주는 창문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전석우 교수와 신종화 교수, 건설및환경공학과 홍정욱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가시광선 투과율을 조절하는 필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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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당기면 불투명하게 변해(오른쪽) 프로젝터 빔을 쏴도 그냥 통과하지 않는다./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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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리는 가시광선의 92%를 통과시키지만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는 물체를 볼 수 없다. 유리 안에 아주 작은 기포들이 있어 가시광선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실리콘 고무에 스펀지처럼 미세 구멍들을 뚫었다. 구멍마다 산화알루미늄을 코팅하고 다시 실리콘으로 채웠다. 이렇게 만든 필름을 늘리면 산화알루미늄 코팅과 그 안의 실리콘 고무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긴다. 빛이 들어오면 이 틈에서 산란된다. 불투명 유리 안의 기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필름을 늘리면서 가시광 투과율은 16%에서 최대 90%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석우 카이스트 교수는 “온도와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구부러진 표면에도 적용할 수 있어 건물의 창문뿐 아니라 비닐하우스, 자동차 유리, 빔프로젝터 스크린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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