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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총 쏘는 게임 즐기고…'가짜' 양심적 병역거부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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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 남성에 1년6개월 선고

재판부 "유명 전쟁게임 즐겨…비폭력·반전 신념 의문"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신앙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20대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전쟁게임을 즐겨 살상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가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조국인 판사)은 지난 1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29)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증거인멸이나 도망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지방병무청에서 같은 해 11월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모 입영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직접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 A씨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전까지 비폭력, 반전, 평화주의와 관련된 NGO 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사상적 신념을 외부로 피력하거나 노력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는 유명 전쟁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며 "이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총기로 캐릭터를 살상하는 것으로 비폭력, 반전에 대한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A씨가 이 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정은 과연 내면의 양심이 깊고 진실한지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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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해당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A 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판결 내용 그대로 양심을 속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주장하면 기존의 병역거부자들까지 곱지 않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40대 B 씨는 "총 쏘는 게임을 즐겼다고 하는데, 그냥 입대를 연기하려고 거짓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히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을 종합하면 사실상 가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비판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종교적 신앙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월부터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법률에 따라 심시위원회의와 심사·의결을 거쳐 대체역으로 편입돼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 복무할 예정이다.


이들은 복무를 마친 뒤 8년차까지 예비군훈련을 대신해 교정시설에서 예비군 대체복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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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대체복무제가 군과 무관해야 하며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 5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31명의 한국 여호와의증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2016년 9월 제출한 청원에 관해 4년여 만에 견해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내재된 기본적인 권리"라며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 또는 신앙과 조화되지 않는 경우에 의무적인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강제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체복무제에 대해서는 "국가는 원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군복무에 갈음하여 군과 무관하며 군의 감독을 받지 않는 민간대체복무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대체복무의 성격은 징벌적이 아니어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봉사가 되어야 하고 인권 존중에 적합하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6월 병역법 88조 1항(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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