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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집권 2기’ 시작 대만 차이잉원 “일국양제 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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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연설에서 ‘대등한 관계’ 제시

국방개혁·독자 외교노선 등 강조

미 국무부, 처음으로 취임 축하 성명

중국 “국가분열·내정간섭 용납 않아”


한겨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일 오전 타이베이빈관에서 집권 2기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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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 2기 취임 연설에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를 거부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축하성명을 내자 중국 당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미-중 갈등이 대만해협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20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양안관계의 원칙으로 ‘화평·대등·민주·대화’ 등 8자를 제시했다. 이어 “우리는 베이징 당국이 일국양제를 앞세워 대만을 왜소하게 만들고 양안관계의 현 상태를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만 헌법과 양안인민관계조례에 기초해 양안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양안관계는 역사적 전환점에 도달했다.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고, 적대감과 차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의무가 양쪽 모두에게 있다”며 “양안관계의 현 상황을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이날 차이 총통이 ‘대만’을 49차례, 대만의 공식 국호인 ‘중화민국’을 5차례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안보와 관련해 ‘비대칭 전력’(비재래식 전력) 발전을 가속화하고, 군부대 관리제도 개편 등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방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4년간 국제기구 참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유럽 등과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차이 총통의 이 같은 행보는 양안관계에 대한 대만인들의 인식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대만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선거민주화조사’ 결과를 보면, 1992년만 해도 자신을 ‘대만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18%에 불과한 반면, ‘중국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26%에 달했다. 46%는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화의 진전 속에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두 차례 집권하는 동안 대만인의 정체성은 크게 바뀌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2일 내놓은 설문 결과, 자신의 정체성이 ‘대만인’이란 응답은 66%인 반면, ‘중국인’이란 응답은 단 4%에 그쳤다.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란 답변도 28%로 나타났다. 특히 30살 이하(83%)와 민진당 지지층(92%)에서 ‘대만인’이란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지난 1월11일 치른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은 사상 처음으로 총득표수 800만표 고지에 올라서며 국민당 한궈위 후보를 18.5%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차이 총통은 7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차이 총통 취임식에 즈음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축하성명을 내어 “대만을 활기 넘치는 민주국가로 이끌어가는 차이 총통의 용기와 비전은 지역과 세계에 영감을 주고 있다”며 “미국과 대만의 동반자 관계가 지속해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타이완 타임스>는 “미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도 세계보건총회에서 대만을 배제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마샤오광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의 말을 따 “양안관계는 엄중하고 복잡한 상황”이라며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초를 허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가 분열을 조장하거나, 중국 내정에 개입하려는 어떤 외부세력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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