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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왜냐면] 교육부가 내놓아야 할 등교 대책 로드맵 /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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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경원 ㅣ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소장·하나고 교사

#플랜A

수시와 정시 모두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전 공지한 대로 일정을 소화할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법적 다툼과 분쟁에 휩싸일 소지도 다분하다. 실제 고3 학생 가운데 현재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격리와 치료 이후 복귀할 때까지의 시간이 짧게는 30일에서 길게는 60일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등교 개학 이후 고3 수험생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한 달에서 두 달 이상까지 격리병동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수험생활 공백이 발생한다. 수시 입학전형이 불가능한 건 물론이다. 수능 정시를 위한 준비에도 치명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등교 개학을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문제 상황이 벌어지면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정부에서 질 수밖에 없다. 감염병 전문가,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등교 개학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결정하고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등교 이후 발생하는 고3 수험생의 코로나 확진 증가 추세는 플랜B와 플랜C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플랜B

1학기는 현재처럼 온라인 수업으로만 유지한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는 재학생, 졸업생 모두 2학년 2학기까지 4개 학기만 반영한다. 2학기 개학 이후로도 코로나 확산이 멈추지 않을 경우는 온라인 교육과 함께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교사와 학생이 일대일로 대면해 개인별 맞춤형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일정을 병행한다. 진로·진학 상담도 담임교사나 진학담당교사와 만나 일대일 맞춤형으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2학기 개학에 맞춰서 등교 개학을 준비한다. 만일 9월 이후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온라인 수업과 일대일 개인별 맞춤형 등교수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설계해서 준비해야 한다. 수능 정시는 한국사와 영어영역처럼 나머지 모든 교과를 대학 입학을 위한 자격고사 수준의 절대평가로 실시하되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한다. 내실 있게 학습하지 못한 재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절대평가에 의한 변별력 문제는 수험생, 교사, 학부모가 걱정할 영역이 아니다. 동점자 처리는 대학이 면접 장면을 촬영하고 기록으로 남기도록 의무화하고 전형 후에 수험생들에게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하면 공정성 확보는 충분하다.

#플랜C

가을 학기제의 취지에 맞게 얼마 남지 않은 5월까진 온라인 수업을 유지한다. 이 기간은 학습 결손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제공하는 원격수업이다. 현재 유, 초, 중, 고교의 재학생들이 모두 한 호흡 숨을 고르고 공동으로 학사일정을 늦추는 셈이다. 9월 학기제에선 여름방학이 6~8월 석 달이다. 따라서 6, 7, 8월은 여름방학으로 선언한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 당국은 2학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 만반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9월이 되어서도 코로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지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가장 분명한 대책은 공통의 수업 내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공통 학습 내용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학습은 등교해서 일대일로 진행하는 시간표와 교육과정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수시 준비는 9월부터 시작한다. 수능시험은 12월이 아니라 내년 4~5월쯤에 치르도록 구체적 일정을 발표한다. 이미 수능이 한 달 연기됐음을 고려하면 넉 달에서 다섯 달을 연기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특수한 시국에는 그에 맞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단계별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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