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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쌍용차, 경영위기 시작된 2008년보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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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재무 상황 ‘풍전등화’

13분기째 순손실 자본잠식률 72%

정부 자금지원 여부에 운명 달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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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공시된 쌍용자동차의 1분기(1~3월) 정기보고서에는 풍전등화에 몰린 회사의 재무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쌍용차 노사는 비용을 줄이고 유휴 자산을 처분하는 등 현금 마련에 안간힘이지만 ‘여름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 여부에 쌍용차의 운명이 달린 모양새다.

20일 보고서를 보면, 쌍용차의 유동비율은 3월 말 현재 40.97%였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백분율인 이 지표는 빚을 갚을 능력을 나타낸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755.6%에 이르렀다. 통상 이 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 부문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본다. 13분기 연속 순손실에 따라 자본잠식률도 71.98%이다.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계속 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감사 의견을 거절한 이유를 가늠케 하는 핵심 재무지표의 현주소다.

유·무형자산 손상차손 769억원을 새로 인식한 것도 눈에 띈다. 자산을 처분하거나 사용해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이 장부상 금액에 비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장석우 금속노조 금속법률원 회계사는 “생산 물량이 원래 계획보다 더 줄어들 예정이거나, 신차의 가치가 애초 측정했던 것보다 더 떨어지는 등의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현재 쌍용차가 빠진 수렁은 경영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8년보다도 더 깊다. 2008년 말 기준 유동비율은 70.87%, 부채비율은 547.49%, 자본잠식률은 58.25%였다. 당시는 금융위기로 차량 판매 급감하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던 때였다. 그 충격으로 이듬해 채권단의 부채를 주식으로 맞바꾸는 출자전환 등이 이뤄지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됐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쌍용차가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맨 다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쌍용차는 지난해 연간 비용을 약 1000억원 줄이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과 달리 이번엔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였는데도 재무상태가 나빠졌다”며 “이젠 남은 카드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물류센터 매각 대금 262억5000만원과 대주주인 마힌드라에서 지원받기로 한 400억원을 고려해도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쌍용차의 판매 부진은 도드라진다. 지난달 판매량은 6813대로 정상 운영에 필요한 최소 판매량(1만대)을 한참 밑돌았다.

관건은 정부와 국책은행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쌍용차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줄지 여부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한 뒤, 항공·해운 업종에 우선 지원하고 다른 업종도 추가 논의를 통해 자금을 넣을 방침이다. 다만 이 자금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쌍용차에도 배정될지는 미지수다. 쌍용차의 한 임원은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원이 어렵다는 게 최근 정부 쪽 분위기인 것 같다”라면서도 “계속 (정부와 정치권이) 쌍용차 상황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쉽게 손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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