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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개관…경천사 10층 석탑이 말 거는 듯, 정조의 화성행차 직접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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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 하다’는 정조의 화성행차를 다룬다. 새벽 창덕궁을 출발해서 화성의 불꽃놀이까지 백성들과 즐기고자 했던 정조의 뜻을 좇는다.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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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년(숙종 37년) 겸재 정선(1676~1759)과 함께 금강산 여행을 떠난 것 같다. 계절의 변화 속에 구룡폭포, 장안사, 삼불암 등 금강산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뿐이 아니다. 관람객들은 조선의 중흥군주 정조의 화성행차를 마치 수행원이 된 양 따라가거나 백성이 된 양 구경할 수 있다. 또 1200여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18세기 ‘태평성시도’ 속 특정 인물과 교감하면서 퀴즈를 맞힐 수도 있다. 화려한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기술을 통해 경천사 10층석탑 각 면에 담긴 갖가지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중국과 북한에 자리 잡고 있던 고구려 벽화분도 마치 지금 답사하는 것처럼 둘러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준비해서 20일 일반에 공개한 ‘디지털실감영상관’의 모습이다. ‘실감 콘텐츠’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에 기반한 융합 콘텐츠를 일컫는다. 예컨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고해상도 영상, 홀로그램, 외벽영상 등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한 지난해부터 이런 ‘실감 콘텐츠’는 소비자가 가장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핵심 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공간 4곳에서 실감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보물 제1875호) 등을 소재로 한 네 종류의 고화질 첨단영상을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또 중국과 북한에 있는 안악3호분, 덕흥리고분, 강서대묘 등 고구려 벽화무덤을 무덤 속에 실제로 들어간 것처럼 체험할 수도 있다. 폭 8.5m 크기에 8K 고해상도로 구현된 ‘태평성시도’(작자 미상) 작품을 보면 17~18세기로 돌아간 기분을 절로 만끽하게 된다. 그림 속 등장인물만 1200명이 넘고 수백장의 풍속화를 이은 듯 다양한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각 폭마다 목화솜 타기, 장원급제, 화분 운반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평소에는 ‘접근불허’여서 더 궁금했던 박물관 수장고와 소장품을 보존 처리하는 보존과학실도 VR 기술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수장고를 거닐며 전시되지 않은 보물들을 볼 수 있고 유물을 직접 수리해 보는 등 몰입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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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준비한 ‘디지털 실감영상관’. ‘역사의 길’로 일컬어지는 박물관 중앙통로의 끝에 있는 경천사 10층석탑.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기법으로 경천사탑을 빛으로 수놓았다.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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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감 콘텐츠 체험관의 백미는 ‘경천사 10층석탑’이다. 낮에는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탑 각 면에 있는 이야기, 탑을 쌓는 과정 등을 AR로 즐길 수 있다. 일몰 후에는 외벽영상을 통해 손오공의 모험, 석가모니불의 열반 등 석탑에 새겨진 부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빛으로 수놓는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새롭게 문을 연 디지털실감영상관은 박물관 전시공간에 실감 콘텐츠 체험 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디지털실감영상관’은 국립청주박물관(20일), 국립광주박물관(21일), 국립대구박물관(6월 중)에서도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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