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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144일 만에 아이들 웃음소리…전교생 42명, 산골학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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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계북초교 ‘등교 대작전’

경향신문

20일 오전 전북 장수군 계북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정 입구를 지나면서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지난해 말 겨울방학에 들어간 후 144일 만에 등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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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출입구 학년별 다르게
통학버스 2대 지정좌석제
등하교·점심 때 건강체크 등
매뉴얼 만들고 모의훈련도
학생들 “정말 오고 싶었어요”

“친구들아 반갑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20일 오전 8시30분, 노란색 통학버스 두 대가 전북 장수군 계북면 계북초등학교 참샘골 강당 앞에 멈췄다. 13개 마을을 돌아 전교생 42명을 태우고 온 버스였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일정 간격을 두고 교정으로 하나둘 들어왔다. 학교 명물인 덩굴터널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선생님들은 ‘너희가 와야 학교는 봄’이라고 쓴 현수막을 흔들며 아이들을 반겼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반가운 마음에 덥석 안고 싶었지만 생활방역이 우선이었다. 대신 아이와 선생님들은 너른 잔디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등교 첫날 기쁨을 만끽했다.

계북초등학교는 남덕유산이 훤히 보이는 해발 600m 청정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산골학교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등교수업은 예외 없이 미뤄야 했다. 지난해 12월27일 겨울방학에 들어간 어린이들이 학교에 돌아온 것은 144일 만이다.

이인호군(6학년)은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렇게 긴 방학은 처음이었다. 지난주 등교할 것 같았는데 다시 미뤄져 아쉬웠다”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다시 만나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소윤양(3학년)도 “급식실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잔디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지 못해 속상했었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다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들뜨고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교직원들은 반가움 속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학교 등교는 준비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전교생이 타야 하는 통학버스 운행기준이 마련됐다. 버스기사와 승차도우미는 승차 전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학생들도 통학버스에 오르기 전 발열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손소독제를 뿌린 후 차량에 오르도록 했다. 좌석도 간격을 유지하는 지정좌석제로 바꿨다.

부민영 부장교사(35)는 “통학, 학교생활, 하교 이후까지 위생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면서 “출입구를 학년별로 다르게 했고, 수업시간 조정으로 급식도 학년별 시차를 두고 한 방향으로만 앉게 하는 등 꼼꼼하게 지도가 이뤄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는 각종 소독제 및 체온계와 방역 마스크가 각 교실과 본관, 유치원, 급식실, 특별실, 통학버스에 비치됐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책상은 일정한 간격으로 재배치됐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와 점심 식사 전, 하교 전에 일일이 담임교사에게 건강 상태를 점검받는다.

이순규 교감(50)은 “신중하게 결정된 등교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의훈련까지 거쳐 준비했다”며 “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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