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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윤희영의 News English] ‘부산 갈매기’ 광팬이 된 산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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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개막한 프로야구가 코로나19로 관중 없는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에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야구 경기를 관전하는(watch live baseball games) 외국인 한 명이 있다.

미국 조지아주 출신인 롯데의 광팬(superfan) 케리 마허(65)씨다. 흰 턱수염(white beard)을 길게 길러 '산타 할아버지' '롯데 할아버지' 'KFC 할아버지'로 불린다. 6·25 참전용사(Korean War veteran)의 아들인 그는 2008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부산 판자촌(shanty town)에서 전투식량(combat ration)을 앞다퉈 받아가던 전쟁고아(war orphan)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왔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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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서부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native-speaking instructor)로 일하다가 2011년부터는 영산대 영어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제자들을 따라 사직구장에 갔다가 '부산 갈매기'의 골수 팬(diehard fan)이 돼 버렸다. 이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구장을 찾는 '주경야구(晝耕夜球)' 생활이 시작됐다. 롯데 경기는 매년 홈·원정 130경기 이상 직접 야구장을 쫓아다니며 관전했다. 애초 1년만 있다가 가려 했는데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부산 갈매기뿐 아니라 전국 야구 팬들에게도 유명 인사(well-known figure)가 됐다. 상대팀의 감독·코치와 선수들이 먼저 손 흔들며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원정 경기를 보러 갔다가 상대팀 팬들의 사인 공세를 받기도 한다(be besieged by autograph hunters). 팬들의 요청으로 함께 찍는 셀카 사진만 한 경기당 100여장에 달한다.

그런 그에게 한국과 작별해야(bid farewell to Korea) 할 위기가 닥쳤다. 지난해 8월 만 65세가 돼 정년 퇴임 하면서(retire at the regular retirement age) 취업 비자 기간이 만료돼 14일 내에 출국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서울 잠실경기장으로 롯데 경기를 보러 갔다. 설상가상으로(to make matters worse) 발을 헛디뎌(lose his footing) 무릎 힘줄을 크게 다쳤다.

그런데 이것이 전화위복(blessing in disguise)이 될 줄이야…. 부상으로 비자 기간을 연장할(prolong his visa validity period)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부산뿐 아니라 전국 야구 팬들이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나타내자 롯데 측이 그를 전격 구단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의 새 직책은 '외국인 선수·코치 매니저'.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adapt themselves to new circumstances) 돕는 역할이다. 맛집과 치맥(치킨+맥주) 호프집 소개부터 병원 오가는 것까지 모든 일상을 지원해 최대한의 경기력을 발휘할(show their maximum athletic performances) 수 있도록 돌본다.

텅 빈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가 오페라라면 한국 프로야구는 로큰롤"이라고 말한다. 미국 팬들은 조용한 관람객에 머무는 데 비해 한국 팬들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응원하는 공연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미혼인 그는 "부산 갈매기가 내 첫사랑이자 가족"이라고 말한다. '마! 함 해보입시다'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고 다니기도 한다.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espn.com/mlb/story/_/id/29190162/how-kbo-superfan-santa-grandfather-became-one-only-people-planet-attending-live-baseball-games

https://newsbbt.com/how-kbo-superfan-santa-grandfather-became-one-of-the-only-people-on-the-planet-attending-live-baseball-games/

https://www.voanews.com/science-health/coronavirus-outbreak/south-korea-baseballs-hit-sports-starved-online-fans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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