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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가슴으로 읽는 동시] 아끼다 똥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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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똥 안 됐다

호빵 호호 불어 아껴 먹다가 앗, 땅에 떨어뜨렸다

눈물 핑 도는데 누나는 아끼다 똥 된다고 했지? 놀리면서 자기 호빵 호호 혼자 먹는다

뒤따라오던 똥개 내가 떨어뜨린 호빵 호호 불지도 않고 덥석 물더니 꿀떡 넘긴다

아깝지만 아끼다 똥 안 됐다 개밥 됐다

-정연철(1973~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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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게 좋을까, 생기는 대로 쓰는 게 좋을까? 보통 아낌이 더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부(富)를 쌓고 부를 낳는 까닭에서다. 낭비하는 개인이나 가정, 사회, 국가가 잘되는 걸 못 봤다. 낭비의 끝점은 부에서 멀어지게 하고,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경제의 원리다. 지금 이 나라는 어떤가. 동심의 꾸짖음을 좀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아끼는 것이 어찌 똥 되랴. 결코 아니지. 맛있는 호빵 아껴 먹다 그만 땅에 떨어뜨려 못 먹게 됐다. 눈물이 핑 돈다. 그렇고말고. 하지만 개가 맛있게 먹어 ‘개밥 됐다’. 그래서 똥 안 됐단다. 하하. 숨김없는 어린이 마음 앞에서 웃음이 터진다. 웃으면서 배움을 주워 담게 한다. 아낌은 누구에겐가 보탬도 된다고. 아무렴, 아낌은 좋은 거지.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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