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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의원회관 방 배정의 정치학, 전망 좋은 6~8층이 ‘로열층’…615·518호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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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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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선·실세들이 우선권 관례
최고층 10층은 ‘펜트하우스’

남북선언 연상 615호 김홍걸
이낙연 의원은 746호에 입주

국회 의원회관에도 ‘명당’이 있다. 전망 좋고 출입 편한 방이 인기지만, 방 번호가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곳도 선호 대상이다. 매번 총선이 끝나면 더 나은 방을 얻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지만 다선·실세 의원이 우선권을 갖는 게 관례다. 21대 국회 개원을 열흘 앞둔 20일 국회 의원회관은 새 주인 맞이로 분주했다.

■광장뷰냐 한강뷰냐, ‘로열층’

의원회관 6~8층은 전통의 ‘로열층’이다.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다. 특히 회관 정면의 잔디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방이나 북서쪽 ‘한강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이 인기다.

20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은 4선 이상 다선 의원 20명 중 15명이 6~8층 의원실을 배정받았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도 4선 이상 의원 19명 가운데 13명이 이들 층에 몰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로열층 중에서도 7층을 선호하는 이들이 좀 더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러키세븐’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로열층 입주 경쟁은 이번에도 치열했다. 20대 국회에서 이들 층 사무실을 사용한 의원은 모두 125명. 그중 53명만이 4·15 총선에서 살아 돌아왔다.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이어졌는데, 정세균 총리가 쓰던 718호 인기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가 6선 의원에 국회의장, 총리를 거치면서 의원실이 ‘명당’으로 떴기 때문이다. 결국 추첨을 통해 3선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사용하게 됐다.

로열층만은 못하다던 9층 선호도 최근 들어 크게 올랐다. 지난해 12월 의원회관 옆에 국회 소통관이 준공되면서다. 6~8층 ‘한강뷰’ 의원실의 경우 소통관이 들어서면서 조망이 전에 비해 답답해졌다는 것이다.

‘소통관 변수’는 회관 저층에도 작용한다. 4층을 사용 중인 통합당 한 의원 측은 “로열층 욕심은 없는데 지금 방은 같은 층 다른 방으로라도 옮기려 한다”며 “소통관까지 들어서니 조망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고층인 10층은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조용하다는 면에서 일부 의원들에게 인기다. 전망도 좋아 의원회관의 ‘펜트하우스’라는 말이 나온다. 6층과 함께 실외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어 선호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방으로 관심을 끌었던 1001호는 이번에 3선으로 원내 복귀한 민주당 유기홍 당선인에게 배정됐다. 통합당의 경우 탈북민 출신인 태구민·지성호 당선인이 경호상의 이유로 10층을 배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대 국회 때 탈북민 출신인 조명철 의원이 10층을 사용했던 사례와 연결한 것이다. 그러나 태 당선인은 다른 층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615와 518, 숫자의 정치학

615호와 518호는 조망과 관계없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방이다. 615호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518호는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부터 12년 동안 615호를 써왔던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 낙선하면서 누가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비례대표 초선의 민주당 김홍걸 당선인으로 결론 났다.

당 지도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 당선인을 우선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에서 먼저 615호 제안이 들어와 고마웠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의원들의 관심사였던 518호는 방 주인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생환하면서 일찌감치 정리됐다.

차기 대권 유력 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공실’이던 746호에 입주한다. 746호는 ‘국정원 뇌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당 최경환 전 의원이 쓰던 방으로 층수에 비해 인기가 떨어졌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빨리 일하기 위해 공실로 남아 있던 방을 지망했다”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들은 방 배정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 한 초선 당선인은 9층을 배정받았지만, 조망이 답답하다. ‘ㄷ’자 형태인 의원회관에서 반대편 벽면을 바라봐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초선인 민주당 조오섭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으로 상징성이 컸던 638호를 배정받았는데 본인도 결과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재선 의원들도 욕심을 크게 내기는 어렵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 측은 “로열층은 중진들이 사실상 선점했기 때문에 다른 층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배정이 꼬이면 지금 쓰는 방도 놓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진용·김상범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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