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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정부 “원격진료 부작용 없어”…의료계 “재난 상황 통계 일반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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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접근성’과 ‘오진 위험성’ 놓고 첨예한 대립

“귓속, 콧속을 다 봐야 하는데 환자 말을 듣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려웠다.”

대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이준엽 원장(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은 지난 3월부터 전화 상담·처방을 해왔다. 이 원장의 병원에는 이비인후과의 특성상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환자가 많이 왔다. 실제 그가 전화 진료를 한 후 코로나19가 의심돼 진단검사를 권한 환자 중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은 “만약 그 환자를 대면 진료했다면 나도 병원 문 닫고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을 것”이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데는 비대면 진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전화 상담·처방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오진 가능성이다. 이 원장은 “환자가 ‘콧물이 난다. 비염인 것 같다’고 말을 해도 코안을 들여다봐야 비염인지, 세균에 감염돼 농이 찬 코감기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환자들에게 약을 먹고도 안 나으면 꼭 다시 오라거나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단서를 달아야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전화 상담·처방은 지난 2월24일부터 병원 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24일부터 5월10일까지 3853개 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 상담·처방이 이뤄졌다. 최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의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화 상담·처방이 부작용 없이 안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비대면 의료가 3차 종합병원 쏠림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화 상담·처방 26만2121건 중 1차 병원이 42%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내놨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재난 상황의 통계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원규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코로나19로 한시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의 3분의 1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뤄졌다”며 “당시 대구는 종합병원이 코로나19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1차 병원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한 상황의 통계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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