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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전교조 측 “법외노조, 법치 위배” 노동부 측 “설립신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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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여 만에 열린 ‘법외노조 통보’ 공개변론

경향신문

법정 앞 두 목소리 “전교조 합법화” vs “전교조 해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교조 합법화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왼쪽 사진)와 전교조 해체를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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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조합원 중 해직자 9명뿐” vs “1명이라도 있으면 위법”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행정청 재량권 등 놓고 찬반 팽팽
일부 대법관, 관련법 개정하며 직권 취소 않는 정부에 ‘쓴소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지 6년7개월여 만이다. 대법원은 추가 심리를 한 뒤 결론을 내린다.

대법원이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전교조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노조에 적용되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교원노조법 개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정작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지 않는 것에 대해 따졌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개변론에는 전교조와 고용노동부 장관 측 대리인들이 나와 각 쟁점에 관해 공방하고 대법관들 질문에 답변했다.

2013년 10월24일 노동부는 해직 교원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전체 조합원 6만명 중 해직 교원은 9명이었다. 전교조는 이 처분에 반발하며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전교조 패소 판결을 했다.

전교조 측은 노조의 단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법률이 아니라 노동조합법 ‘시행령’이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노조법 2조 4호는 노조에 관한 ‘정의 규정’이기 때문에 이 조항을 근거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며 “정의 규정에 대한 해석은 행정부가 아니라 사법부가 해야 된다는 게 법치주의의 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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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고 운영되고 14년간 합법노조로 활동했으며 전체 조합원 중 해직 교원의 비율이 0.015%에 불과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강영구 변호사는 “수천, 수만명이 조합원인 노조에서 해직·사직 등으로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조합원으로 있는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이때마다 노조가 탈퇴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동부 측은 해직 교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노조법에 의해 곧바로 노조로 보지 않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보가 시행령에 근거했다고 해서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노조가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법외노조는 무관하고, 법외노조 통보는 행정청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위라서 재량권 일탈·남용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재학 변호사는 “전교조에 자율적 시정을 요구했고 법외노조 통보를 하기까지 3년7개월이 걸렸다”며 “전교조가 법을 준수하고 재차 설립신고를 하면 언제든 노조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외노조 통보의 효과는 잠정적이고 제한적일 뿐”이라고 했다. 설동근 변호사는 “해직 교원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면 노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해직 교원인 조합원이 점점 증가할 위험이 있다”며 “전교조처럼 몇 년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유지하는 경우는 없고 위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에 법외노조 통보의 취소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행동에 나서는 대신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기택 대법관은 “정상적인 정부라면 스스로 법을 해석·집행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조치가 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있으면 사후적으로 사법부 통제를 받는 것”이라며 “현행법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정부 스스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게 올바른 태도이냐”고 했다. 노동부 측은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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