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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한국에살며] 네팔인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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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13일 한국에서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는 평소처럼 야간 근무자로 일을 마친 후에 식사를 하고 잠들었다. 그러나 오후 6시까지 일어나지 않아 함께 일하던 친구들이 그를 찾아갔을 때 이미 죽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네팔에서 한국어능력시험(EPS)을 통해 E9비자로 입국해서 7년간 일했던 성실한 노동자였다. 처음 입국해서 4년 10개월 동안 일했고 그의 성실한 태도에 한국 업체에서 숙련노동자로 초청해 다시 입국한 이주노동자다. 그는 이미 한국의 생활방식도 잘 알고 문화적으로도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기에 더욱 그의 사망 소식은 네팔인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네팔인들은 2007년 한국 정부와 네팔 정부 간에 협약에 의해 2008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로 한국에 오기 시작했다. 서울의 네팔 대사관에 따르면 약 3만6000명의 네팔인이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한국에서 10여년 동안 181명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노력과 무관하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견디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자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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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주구릉 네팔한국문화센터 대표


또한 산업 재해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몇 명인가. 그리고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가운데 일을 마치고 잠을 자면서 갑자기 사망하는 노동자도 많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84명에 달한다. 그동안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가운데 죽어간 그들의 죽음에 많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지만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이렇게 잠자는 동안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대부분 의사의 소견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아무런 특이점이 없이 지내다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또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는 데 대해 네팔인들의 의구심과 안타까움만 더해 간다. 네팔 대사관은 한국의 사망자 수를 연구하기 위해 의사를 포함한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의료팀 또한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그런 반복적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네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에서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 명확한 해결책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

한국인들은 겨울철이면 창문과 출입문 모두를 철저히 단속하고 환기보다 난방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네팔인들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죽어가는 현상을 방지하는 대책으로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전혀 다른 특성으로 이해된다. 인도와 네팔 등지에서는 힌두교의 종교적 특성으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낮시간에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저녁 9시 이후 식사를 많이 하고 잠드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식사문화의 전통을 이해하는 한국인들은 말하기도 한다. 네팔인과 서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사망원인을 노동을 마치고 식사한 뒤 곧바로 잠을 청하는 일을 이유로 지적하는 것이다.

힘든 노동 이외에 네팔의 독특한 식사문화가 잠자는 동안 사망하는 것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잘 적응했다고 믿었던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맞아 산업현장에서 그들을 지켜줄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먼주구릉 네팔한국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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