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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유령직원 급여·대표이사 건보료도 ‘나눔의 집’ 후원금 부적정 사용…이재명 “법·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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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내역 없는 직원 급여 5300만·대표이사 건강보험료 735만·토지 취득비 6억·공사비 5억 후원금에서 지급

경기도 특사경 특별수사팀 꾸려 수사 착수

활빈단, 안신권 소장 등 고발 "후원금 횡령·배임, 할머니 학대"

세계일보

후원금 집행 문제 등에 따른 내부 고발이 나온 경기 광주 소재 나눔의 집 전경. 광주=연합뉴스


경기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양로시설인 광주시 소재 나눔의 집에 대한 특별 점검 결과 후원금을 부적정하게 쓰고 법률을 준수하지 않은 다수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 나눔의 집이 이를 개선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 13~15일 진행한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나눔의 집이 기능보강사업(증축공사)과 관련해 지방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사회복지 법인으로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나눔의 집은 2014∼19년 13건의 계약을 진행하면서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이용하지 않고 홈페이지에만 입찰 공고를 한 뒤 계약을 진행했다.

또 공고일자를 연월만 표시해 적정 공고기간 준수 여부에 관한 확인을 할 수 없는 점, 해당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업체가 입찰했는데도 부적격 처리하지 않은 점,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공사나 용역에 특정 업체와 다수의 계약을 맺은 점 등이 문제가 된다고 이 지사는 설명했다.

후원금 관리와 운영에서도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나눔의 집은 2015년 9월~2019년 4월 출근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 법인 산하 역사관 직원의 급여 5300만원을 후원금으로 지급했다.

또 2015년 1월~2020년 4월 대표이사가 내야 할 건강보험료 735만6000원도 후원금으로 지출했다.

이후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741만9000원을 반납했다.

이밖에 후원금을 자산 취득비로 사용할 수 없는 데도 토지 취득비 약 6억원을 후원금에서 지출하고, 증축공사 13건의 비용 약 5억원도 후원금으로 지출하면서 주무 관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후원금 전용 계좌에서 법인 운영비 계좌로 전출하거나 현금으로 받은 후원금을 후원금 계좌에 입금처리 하지 않고 엔화 등 외화를 포함해 약 1200만원을 전(前) 사무국장 서랍 등에 보관하는 등 관리 부실 사례도 있었다.

법인 운영과 관련. 이사회 회의록을 법인과 경기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해야 하는데 한 차례를 제외하고 그렇지 않았으며, 요양시설과 미혼모 생활시설 설치 등 법인 설립목적 사업 일부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발견됐다.

또한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노인 학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증거 부족 등으로 학대 사례로 판정할 수 없으나 그럴 위험이 내포돼 있는 ‘잠재 사례’라는 판정을 내렸다.

도는 이런 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가는 한편 경찰과도 협조체계를 구축해 진상을 정확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는 “책임은 책임이고 헌신은 헌신이라서 헌신은 존중하되 책임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나눔의 집이 피해 할머님들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온 점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기에 이번에 드러난 일부 과오들로 그 대의와 헌신까지 부정되거나 폄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염려했다.

이어 “다만 아무리 대의에 따른 선행이라 해도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위기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나눔의 집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1992년 설립한 사회복지 법인 나눔의 집에는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95세다.

나눔의 집 후원금 문제는 최근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내부 고발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오전 11시쯤 “후원금 횡령·배임, 할머니 학대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등 범죄혐의 관련자 전원을 고발한다”며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공익 제보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주거 복지시설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 할머니들을 위해 들어온 수십억원에 이르는 후원금 대부분을 이사회를 구성하는 조계종 등 다른 곳에 보냈다”며 “할머니들의 병원 치료비, 물품구입비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게 하고, 할머니 식대로 나온 보조금을 직원 식대로 쓰고 후원금 대부분을 건물증축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련 법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엄정 사법처리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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