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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좀비기업 걸러내려다…문턱 높아진 10조 회사채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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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금융위, SPV 설립계획..BB등급도 매입

한은, 8조 선순위대출..정부 1조·산은 1조 각각 부담

이자보상비율 2년째 100% 이하·동일기업 지원 제한

[이데일리 김혜미 원다연 박정수 기자]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과 재정을 동원해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특수목적기구를 설립한다. 10조원 규모다. 회사채 매입범위는 투기등급인 ‘BB’등급까지 포함했다. 문제는 정부가 세금을 들여 부실기업을 특혜지원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요건을 촘촘히 짠 탓에 매입 가능한 회사채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와, 실효성 떨어지는 전시행정이란 비난이 엇갈린다.

아울러 정부 출자금 1조원 가운데 5000억원을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어서 실제 SPV 출범 또한 빨라야 6월 21대 국회 출범 이후에나 가능해 늑장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겸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시적으로 신용도가 낮아져 사각지대에 놓인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지원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1차 10조원 규모로 출범할 계획으로 산업은행의 1조원 출자와 1조원 후순위 대출, 한국은행 8조원 선순위 대출로 설립할 것”이라며 “우량등급 뿐 아니라 비우량등급 채권과 CP도 매입하고 특정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동일기업·기업군 매입한도 제한 등 조건을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PV는 6개월간 한시 운영 후 연장 여부를 판단한다. 필요시 20조원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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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V 재원조달 구조.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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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매입 대상은 AA등급부터 투기등급인 BB등급까지다. 그러나 매입 조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좀비기업’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BB등급의 경우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소위 ‘추락천사’(fallen angel)로 제한했다. 아울러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은 근본적인 부실기업으로 보고 매입대상에서 제외했다. 동일기업이나 기업군에 대해서는 매입한도를 SPV 전체 지원액중 2~3%, 즉 2000억~3000억원으로 묶었다. 금리도 높다. SPV 매입 시 시장금리에 최대 100bp(1bp=0.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한다. 회사채 발행기업들이 시장에서 먼저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반기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을 찾기 힘든데다 저신용 회사채 발행 기업들은 상당수는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채 발행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시장 상황이 더 악화할 때를 대비한 시장 안전장치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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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안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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