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사설] 한명숙 재조사 압박하는 與, 사법 불신 부추기지 말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와 법무부 장관이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대법원에서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 후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여당이 정치적 판단으로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릴까 걱정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를 "검찰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 검찰 그리고 법원은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 사건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 최근 일부 언론이 이른바 '한만호 비망록'을 공개한 데 대한 반응인데 참으로 무책임하다. 한씨는 이 비망록에서 "검찰 회유 때문에 뇌물을 준 것으로 거짓진술을 했다"고 적었는데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 재판에서 1심부터 대법원까지 줄곧 법정 증거로 제출된 것이다. 재판부와 변호사가 이 비망록을 검토했는데도 뇌물 9억원 혐의 중 3억원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증거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만호 씨는 법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재판도 오류 가능성이 있기에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찾는다면 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이미 검토한 '한만호 비망록'을 들이밀며 정치권이 앞장서 재판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 이는 사법 신뢰를 흔들 뿐이다.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여당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