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월세 신고제는 주택 당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하던 사안이다. 이번에 시행 방침과 시한을 구체화한 것이어서 도입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임대 정보가 파악되는 주택이 153만가구에서 673만가구 임대용 주택 전체로 늘면서 다 드러나지 않던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이 낱낱이 파악돼 파장이 클 전망이다. 임차인은 신고와 동시에 확정 일자를 받는 만큼 별도로 주민센터에 가지 않고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게 된다. 고액 전·월세를 주고 신고를 누락하는 집주인도 적지 않았을 텐데 임대소득이 정확히 계측되면 성실하게 신고하는 경우와 형평성을 맞출 수 있으니 나무랄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전·월세 신고제를 발판으로 20대 국회에서 페기됐던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같은 규제를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제도 도입을 전후로 시장 왜곡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연 5%)하는 상한제가 도입되면 앞서서 임대료를 올려받으려는 집주인으로 인한 가격 급등을 우려한다. 전세 계약을 2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제도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사전 임대료 상승과 임대 매물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 1989년 23.7%, 1990년 16.2%에 달했던 전셋값 급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거나 임대 매물을 거둬들여 전·월세 가격 상승이 큰 폭으로 나타나면 주택시장 전체의 불안도 키울 수 있다. 그러잖아도 향후 2~3년 주택 공급 부족으로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무리한 전·월세 규제 추가 도입으로 세입자 피해를 키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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