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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단독] 10억 따낸 정대협 계획서엔 "할머니 주치의 상담... 매주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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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윤미향 의혹]

- 정대협의 '엉터리 사업계획서'

"늘 연탄가스 냄새로 아프시던…" 할머니들 생활고 구구절절 나열

아무도 받지 않은 심리치료 등에 4050만원 예산 버젓이 책정도

조선일보

사업계획서 - 정대협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일부. /정진석 의원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1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타내기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과 관련해 사실상 허위 사업계획서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미래통합당 정진석·곽상도 의원실이 입수한 사업계획서에서 정대협은 "주치의가 정기적으로 쉼터에 방문해 상담·치료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할머니들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라면서 병원·보건소에 모시고 가기(영양제와 독감 예방), 매주 1회 목욕탕 가기, 건강한 식생활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이어 "심리치료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서예·원예·노래·그림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대협이 미술 치료, 나들이 진행비 등으로 책정한 예산은 4050만원이었다. 곽 의원은 "사업계획서가 사실은 기부자를 속이기 위한 '사기 문건'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 당선자 명의로 제출된 이 사업계획서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명(實名) 사례가 담겼다. 2003년 서울 강서구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던 A 할머니가 "수요 시위가 끝나고 우리 동네에 도착했는데 어디가 내 집인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경기도 평택의 월셋집에서 홀로 지내는 B 할머니는 연탄가스 냄새 때문인지 시름시름 아팠다"는 일까지 나열했다. '나 같은 피해자를 지원해달라'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 유언까지 거론하면서 쉼터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대협은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는 할머니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썼다.

'할머니들의 뜻'이라며 명성교회가 제공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위안부 쉼터에 대한 불만도 서술했다. 실제 사업계획서에 "무상이긴 하지만 남의 집이라는 점과 종교적 부담감으로 할머니들이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며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입주한 것이지만) 방이 5개에 불과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새로운 쉼터가 필요하다고 기부자 측에 강조한 것이다. 사업계획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일 병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설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면서 할머니들을 배려한 입지 조건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대협은 종합병원이 66㎞가량 떨어진 현재 위치를 쉼터로 정했다. 이 주택을 중개(仲介)한 사람이 윤 당선자와 가까운 관계인 민주당 이규민 당선자였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드러났다.

할머니들을 전면에 내세운 사업계획서에 힘입어 정대협은 기부금 10억원을 타냈다. 2013년 11월 개소식에는 생전의 김복동 할머니가 참석해 "수십 년간 집 한 칸 없이 살다가 이런 쉼터가 생겨나 꿈만 같다"고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대협이 지난달 돌연 쉼터를 매각할 때까지 7년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단 한 명도 이곳에서 머무르지 못했다. 대신 2016년 윤 당선자가 사무처 직원들과 술자리를 열었고, 같은 해 '펜션에 다녀왔다'면서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러는 사이 개소식에 참석했던 위안부 할머니 네 분 중 세 분이 다른 곳에서 별세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러니 할머니들을 이용한 뒤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할머니들의 사연까지 팔아서 사욕을 채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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