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 어디든 사람이 살 수 있게 된 지금 역설적이게도 기술의 남용으로 맞은 기후위기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이 생겨나고 있다. 온도가 너무 높아 체온 조절을 위한 땀조차 배출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간다는 뉴스는 기후재난시대의 걱정을 공포로 바꾸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매년 그래온 것처럼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뜨거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예측 같지 않은 예측도 빈도를 높이고 있다.
지구 전체에 드리운 이 거대한 기후재난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먼 북극의 얘기로나 치부된다. 우리나라 온도가 지구 평균의 두 배, 해수면은 지구 평균보다 2.5배나 더 가파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불편한 진실임에도 언제나 그랬듯 딴 나라 얘기로 치부된다. 한 줌 빙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굶주린 북극곰 사진과 함께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클리셰적 외침은 위기를 타개할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인간의 자업자득이라는 석학들의 주장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함은 동일하다. 반면 에너지 전환 주장이 마치 경제를 망칠 악마의 외침인 양 주장하는 기득권의 선동은 공고하다. 이 지루한 상황에서 폭염재난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나라에선 정말 먼 미래 같았던 기본소득제도 논의의 불꽃이 제대로 지펴졌고, 빠르게 전 국민 재난지원금 교부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득이 끊긴 긴급한 상황을 맞은 많은 국민에게 한 차례의 응급처치는 말 그대로 순간의 해결일 뿐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최악 상황을 대비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번에 급물살을 탄 기본소득제도는 IT시대와 오버랩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 전에 당장 설상가상으로 다가올 폭염이라는 재난을 피해갈 방안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에 앞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전 국민 기본공제를 빠르게 고민할 시간이다. 모든 가구에 폭염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전기와 물 등 공공재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공제구간을 두는 방안이다. 절약한다면 비용 없이 전기와 물을 쓸 수 있도록 말이다. 필수사용량 기본공제로 발생하는 손실분은 에너지 과소비구간의 누진세 강화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물과 전기의 필수사용공제는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최소한의 정부지원임과 동시에 기후재난시대를 타개할 에너지 절약의 실천 및 인식전환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재난지원금 교부가 비록 비선별 지원방식을 취했음에도, 나눠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해 걷지 않는 것은 행정력 최소화와 효과 극대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hwan9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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