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
그런데 정부(주로 재경부서)는 이번 지원금이 기본소득으로 여겨지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다음에 유사한 재난이 닥칠 경우 ‘무조건’ 또 줘야 하는 자금으로 여길까 두려웠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화되는 걸 저어한다는 뜻이다.
나는 일개 요리사이고, 국가 재정 상황을 잘 모른다. 다만, 이번에 정부와 각 지방정부에서 제공한 여러 종류의 재난지원금 내지는 재난기본소득은 시장에 활력을 줬다. 많아야 가구당 200만원에 이르는, 어찌 보면 큰돈이 아닌 액수였지만 바닥 상권에 풀리면서 막힌 혈관이 뚫리는 듯한 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나처럼 식당일 하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거리의 고깃집과 치킨집엔 가족끼리 나와 배불리 식사하는 장면이 몇 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거의 회복되었다는 집들도 있다. 물론 단기적일 것이고, 혜택을 충분히 보지 못한 업종도 있을 것이다. 돈이란 원래 ‘돌고 돌라’고 해서 돈이라고 한다. 식당과 동네 마트, 재래시장에 풀린 돈은 쌓이지 않고 돈다. 그들조차 당장 들어온 돈을 쟁여두지 못하고 써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선순환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아이가 셋인 후배가 있다. 여행 가이드로 먹고사는데 일이 완전히 끊겼었다. 몇 달간 수입 제로였다. 그는 경기도, 파주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금을 차례로 받았다. 아이들에게 돼지고기를 사먹이는데, 환하게 웃으며 입을 우물거리던 막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다 같이 오랜만에 고기 먹으니까 좋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목이 메어 겨우 소주만 마셨다고 한다. 가족의 부활이랄까.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라. 어차피 빚을 내야 한다면, 지금 내야 빛난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chanil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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