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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에어컨 켤땐, 마스크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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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에어컨·선풍기 안전하게 트는 방법]

비말, 에어컨 바람 타고 실내 퍼져… 가동중 자주 환기를

선풍기만 켤땐 창문 열어야 비말 확산 위험 낮출 수 있어

환기 어려운 백화점·영화관 등 가면 마스크 벗지 말아야

지난 20일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데 이어 더위가 서서히 시작되자 일선 교실과 기업 사무실 등에서는 에어컨 사용을 두고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있는 실내에서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선풍기 등을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확산할 위험이 커지는데, 그렇다고 무더운 날씨를 무작정 견딜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에어컨 사용 지침을 두고 정부 당국이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에어컨, 공기청정기 사용을 일절 금지했다가 지난 7일 일선 학교에 "교실 창문의 3분의 1을 열고 에어컨을 작동하라"는 수정된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20일 "기본적인 사용 원칙은 에어컨을 트는 중간마다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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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작동하는 게 위험한가?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통상 환자의 입에서 나온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보통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서 나온 비말은 최대 2m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2m 거리 두기'를 하면 전파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인 밀폐된 실내에서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작동하면, 환자의 입에서 나온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더 멀리 퍼지거나 공기 순환을 통해 실내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2m 이상 간격을 두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2. 에어컨 공기 청정 기능이나 공기청정기 필터가 바이러스를 거를 수 없나?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전문가들은 "공기 청정 기능이나 필터가 비말 일부를 거를 수 있지만, 바이러스까지 거르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선별진료소 내 에어컨에 헤파(HEPA) 필터를 설치하라는 정부 지침도 '0.3㎛(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입자를 99.97% 거르는 헤파 필터가 0.5㎛ 크기의 비말을 거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잠정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내에 떠 있는 비말 중 일부는 공기 시스템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실내에 퍼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또 필터에 걸러진 비말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번식해 에어컨 등을 통해 재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의 공기 청정 기능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필터도 일반 주기보다 더 자주 교체하는 걸 권장하고 있다.

3. 그럼 에어컨을 아예 작동하지 말아야 하나?

방역 관점에서 보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을 작동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냉방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각종 온열 질환이 발생하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도리어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커지는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에어컨을 작동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4. 어떻게 작동하는 게 좋은가?

가장 중요한 건 에어컨이 작동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환자의 비말이 에어컨을 통해 실내에 퍼져도 마스크를 통해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답답하지만 현재로선 마스크 착용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호흡곤란 등 부득이한 증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KF94 등 성능이 높은 마스크를 권한다"고 말했다.

환기도 중요하다. 실내가 밀폐되어 있으면 공기 중 비말의 농도가 올라간다. 여기서 에어컨을 틀면 비말이 더 많이 순환해 감염 위험이 커진다. 학교를 예로 들면 쉬는 시간, 수업 중간, 점심시간 전 등 자주 환기해서 비말이 섞인 공기를 신선한 공기로 교체해주는 게 필요하다.

5. 환기가 어려운 지하 업소, 백화점, 영화관, 지하철 등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전문가와 방역 당국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다. 이런 장소들은 별도의 환기 장치가 있더라도 자연 환기가 되는 곳보다 환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공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이런 장소를 피하고,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쓴 채로 벗지 말아야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영화관이나 PC방 등에서 에어컨이 작동할 경우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방역 당국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이달 내로 에어컨 사용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6. 일반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풍기는?

에어컨은 불특정 다수가 있을 때 위험성이 커진다.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만약 가구원 중에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해외 입국 등으로 자가 격리됐을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가 격리자는 창문이 있는 별도의 방에서 다른 가족과 격리 생활을 하고, 냉방 기기도 따로 쓰는 게 안전하다. 선풍기만 작동할 경우에는 창문을 열어 놓으면 비말이 퍼지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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