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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그들이 가져온 악기상자에… 카를로스 곤 탈출기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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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손꼽히는 스타 CEO에서 초라한 죄수로, 다시 악기상자 속 드라마틱한 해외 탈출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도주 뒷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그의 도주를 도운 이들이 체포되면서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한 당일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곤 전 회장의 탈출 도운 미국인 父子 체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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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 CNBC 등은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을 도운 혐의로 그린베레(Green Beret·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59)와 그 아들 피터 테일러(27) 등 두 사람이 미 연방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일본 사법 당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이날 화상으로 연방 판사로부터 심리를 받았다.

곤 전 회장은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들어 지난 2018년 11월 일본 하네다 공항서 체포됐고 이후 구금과 보석 석방이 반복됐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출국금지 등 조건으로 사실상 가택 연금 중이었지만 12월31일 곤 전 회장이 돌연 성명을 통해 자신이 레바논에 있음을 밝혀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추후 그가 일본을 떠난 날짜가 12월29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933호' 그 곳에서 시작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21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미 수사 당국이 재판소에 제출한 기록을 토대로 곤 전 회장의 탈출 순간을 시간대별로 보도했다. 이날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피터씨는 2019년 7월, 8월, 12월 초 등 총 세 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그 기간 중 곤 전 회장을 7차례 면회했다.

피터씨가 다시 일본을 찾은 것은 곤 전 회장이 일본을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해 28일. 이날 피터씨는 오전 11시49분,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도쿄' 호텔 933호실에 체크인했다. 이날 곤 전 회장도 이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에 찍혔고 두 사람은 약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숨은 조력자는 테일러 부자 말고도 또 있었다. 조지 자예크(60)씨로 그는 곤 전 회장의 도망 당일인 29일 오전 10시10분, 중동 두바이에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마이클씨와 함께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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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일본 탈출을 위해 몸을 숨겼다고 알려진 음향기기 상자/사진=AFP, 이스탄불 경찰 당국



간사이 공항 직원에게 자신들을 '뮤지션'이라 소개한 자예크, 마이클씨는 음향 기기를 이동하는데 쓰이는 두 개의 검은 큰 상자를 운반해 이날 오전 11시6분에 공항 인근 '스타게이트 호텔 간사이' 4009호실, 4609호실에 각각 투숙했다.

자예크씨 등은 11시50분 호텔을 나서 신오사카역을 가기 위해 신칸센을 탔다.

같은 날 오후 2시30분쯤 도쿄에서는 곤 전 회장이 홀로 짐 없이 자택을 나와 전일 피터씨를 만났던 호텔을 향했다. 호텔 키는 전일 피터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그는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오후 3시24분에 마이클, 자예크씨를 태운 열차도 시나가와역에 도착, 두 사람은 곤 전 회장이 있는 하얏트 호텔을 향했고 네 명은 한자리에 모였다.

이후 행선지는 갈렸다. 피터씨는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고 나머지 셋은 다시 시나가와역으로 가 신칸센을 타고 오후 7시24분 신오사카역에 도착했다.

이후 세 사람은 8시14분쯤 스타게이트 호텔에 들어가 검은 상자가 있는 4609실로 향했다.

같은 날 오후 9시57분, 마이클과 자예크씨가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CCTV에 찍혔지만 곤 전 회장은 없었다. 상자에 몸을 숨겼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어 오후 10시20분, 마이클과 자예크씨는 보안 검색을 받지 않은 채 일본에 타고 왔던 개인용 제트기에 몸을 실었다. 상자와 함께였다. 제트기가 터키를 향해 출발한 것은 이날 오후 11시10분이다.

즉 두 사람이 일본에 도착한지 약 13시간 만에 곤 전 회장은 무사히 일본을 뜰 수 있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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