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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 인기 있는 삼겹살, 목살은 물론이고 족발 도매가가 다 올랐다. 상식적으로 소비가 부진하면 물건 값이 떨어진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고 허탈했다. 학교 급식 중단과 소비 부진이 겹친 탓이라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각급 학교 식당에서는 대부분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한다. 주로 값이 싼 등심, 뒷다리를 써준다. 등심은 돈가스나 탕수육 등으로 튀겨서 내고, 뒷다리는 불고기감으로 아주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삼겹살, 목살이 ㎏당 1만5,000~2만원대에 움직이는 반면 등심과 뒷다리살은 3,000~7,000원 선이다. 3분의 1 이하 값이다. 돼지고기 생산업자 쪽에서 보면, 삼겹살과 목살은 고깃집에서 써주고 구이용으로 쓰기 힘든 등심과 뒷다리살은 학교 급식에서 써주니 균형이 맞는다. 안정적인 돼지고기 공급이 가능하다. 등심과 뒷다리살이 그렇다고 맛이 없거나 영양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요리 방법에 따라 맛도 좋게 할 수 있고, 게다가 지방은 적어서 이른바 ‘고단백식품’에 든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야 하는 학교 급식용으로 이만한 재료가 없다.
그런데 학교가 셧다운되면서 급식 수요도 없어졌다. 돼지 농가는 ‘멘붕’에 빠졌다. 시장의 삼각파도가 돼지고기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시중 고깃집은 손님이 줄어서 삼겹살, 목살 주문 역시 하락했고 학교에선 사실상 부위고 뭐고 주문 자체가 사라졌다. 돼지농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출하를 늦추는 집이 많아졌다. 돼지를 팔지 않고 데리고 있으면 사료비가 계속 들어간다. 그래도 헐값에 팔기 싫어서 붙잡아둔다. 시장에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적어지니 소비도 줄었는데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시장이 출렁거린다. 제일 ‘황당’한 건 족발이다. 엄청나게 값이 뛰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족발은 코로나 시국의 배달 수요 급증으로 물량이 딸린다. 돼지는 덜 잡는데, 족발은 더 필요하다. 값이 뛸 수밖에. 돼지는 생물이고, 모돈이 임신하고 새끼를 낳아 6개월 이상 키워야 시장에 낼 수 있다. 시장이 코로나 같은 비상사태로 출렁이면 돼지고기 공급하는 여러 주체들이 수요 예측을 못하고, 사실상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돼지고기라는 한정된 시장에서도 여지없이 코로나라는 거대한 외부 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른 분야는 오죽할까. 안정된 세상의 흐름이 뜻밖의 변수로 일거에 엉망이 될 수 있다는 체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스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장제품은 라인을 증설하고, ‘마구 돌리면’ 제품이 쏟아질 것 같지만 필수 부품이 없어서 라인 증설도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됐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었던 마스크가 품귀라니! 매주 3장이라도 살 수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세계에서 최고라니! 심지어 서양에서는 화장지도 품귀를 일으켰다.
일상의 붕괴를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부인-분노-체념-인정-모색의 단계를 거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마도 체념과 인정 정도의 단계에 와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색으로 넘어가야 한다. 살자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신문에 나오는 뉴스도 심상치 않다. 상반기에 일어난 나쁜 일들이 구체적으로 여파를 미치는 건 하반기란다. 수출도 줄고, 공장도 못 돌렸다. 일터도 사라졌다. 코로나는 얼추 잡혀가겠지만 더 힘들고 어려운 하반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정부에서는 총력으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면서 그 여파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돼지고기 값과 학교 급식 중단의 함수관계를 살펴보다가 보니, 세상까지 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태평성대를 누릴 때는 정작 그 가치를 모른다. ‘아, 옛날이여’는 후회의 단말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우리네 세상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게 우리다.
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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