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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김유진의 어린이처럼] 새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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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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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문학의 대표작가인 박홍근(1919-2006) 선생이 1957년 잡지 ‘새벗’에 발표한 동시다. 무려 60여년 전 창작된 동시지만 오늘 창작된 작품처럼 새로워 보인다. 겉으로는 자연스럽고, 따듯하고, 소박해 보이기만 해도 따지고 보면 유려한 솜씨다. ‘천의무봉’처럼 유려하니,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거다. 달밤에 양순이를 찾는 할머니를 보여 주고, 양순이가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뒤늦게 알리면서 양순이를 향한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강조하고, 할머니 사정까지 슬쩍 첨부한다. 반짝 빛나는 건 역시 마지막 연이다. 까만 밤, 고양이 눈동자에 비친 노란 달빛이 할머니 마음을 받아 안고 독자에게로 반사되는 순간이다.

박홍근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라 해도, 동요 ‘나뭇잎 배’와 ‘모래성’이 그의 동시로 만든 노래라 하면 아하, 싶겠거니 한다. 1955년 창작한 동시 ‘나뭇잎 배’는 윤용하 선생이 곡을 붙여 1957년 HLKA 방송을 타고 널리 애창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동요’가 됐다.

1919년 함경북도 성진에서 출생한 박홍근 선생은 성진공립보통학교, 용정 대성중학교를 거쳐 동경 일본고등음악학교 예과에 입학했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성악가가 됐을 것,이라고 후배 문인이 기억하듯 미성이었으나 심한 기관지 질환으로 음악 공부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는 1960년 첫 동시집 ‘날아라 빨간 풍선’을 포함해 동시 370여편, 시 90여편, 동화 290여편, 수필 450여편 등 총 1,700여편에 이르는 글을 남겼다. 이중 740여편이 탄생 백주년이 되는 지난해 ‘박홍근 아동문학전집’(총 9권, 가톨릭출판사)으로 출간됐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배를 띄우며 놀다가 저녁 때가 되어 어머니가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면 배는 그대로 두고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나는 그러한 어린 날을 회상하면서 ‘나뭇잎 배’를 지었다” 수필 ‘나뭇잎 배 탄생 이야기’에서 밝힌 창작 배경이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흥남철수 때 피란한 실향민으로 “낮에 놀다 두고 온/나뭇잎 배는/엄마 곁에 누워도/생각이 나요”라고 노래한 그리움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연못에서 사알살/떠다니겠지”(1연) “갈잎새를 혼자서/떠다니겠지”(2연)에 내비치지 않는 격정이 아직까지 오래도록 우리 마음을 울리고 있으니 바로 이것이 동시의 힘일 듯하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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