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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코로나 이후, 피할 수 없는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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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왼쪽)이 지난 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자가격리 위반자 안심밴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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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온 세계를 집어삼키다시피 했다. 우리는 2015년 중반 메르스의 공포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메르스는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6명, 누적자가격리자 1만6,700여명의 기록을 남기고 2개월 만에 사라졌다. 그로부터 채 5년이 안된 지금 우리는 신종 감염병 코로나로 인해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00시 기준 확진환자는 1만1,122명(사망자 264명)이고 누적자가격리자는 3만7,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이미 5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힘겹게 달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방역정책은 감염병 세계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모델로서 평가받고 있다. 개방성ㆍ투명성ㆍ민주성 3대 원칙을 토대로 하여 정확도가 높고 신속한 검사가 가능한 진단시약 조기 개발, 감염 예방을 위한 혁신적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설치, IT 기술을 활용한 자가격리앱 등을 통한 철저한 자가격리자 관리, 공적마스크 관리 등 방역정책의 성과와 자발적인 국민적 방역 동참으로 점차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모든 것이 긍정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집단발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했던 지난 2월 해당 종교단체에 대한 명단제출요구 및 시설출입조사에는 적잖은 저항이 있었고, 종교집회 등 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하여 충돌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생활속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은 이태원 클럽 출입자들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자가격리 위반자가 늘어났고, 이들에게는 안심밴드가 채워지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있다. 지나치게 상세한 개인정보가 수집ㆍ공개되어 개인정보침해 논란도 제기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무엇을 대비하여야 하는지를 말해 준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극복에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이 종료되면 그동안 참아왔던 고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인지상정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들이 이를 반증한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못지않은 변종 감염병이 다시 등장하여 유행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상황이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국민들의 연대감이나 희생정신은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더 큰 위험 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더구나 여유가 없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 또 다른 변종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덮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먼저, 극단적인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여 감염병 확산 통제 메커니즘이 추가적으로 마련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법조문은 ‘집합 제한조치’ 조항(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2호)인데, 여기에는 중대한 한계가 있다. 감염병 ‘예방조치’의 일환으로서 일정한 지역이나 장소에서의 이동ㆍ외출제한이나 봉쇄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1954년 법률 제정 당시 규정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개정된 적이 없어서다. 2020년 현재의 위험사회에서 더 큰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방조치 유형을 새롭게 다양화함과 동시에 그 유형의 요건과 절차를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강제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관에게 어느 정도 강제처분권(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보호 관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유의하지 않는 정책은 지속적인 국민적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없어 결국 실패하게 된다. 요컨대 국가의 법집행권 행사를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역학조사의 내용과 방법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민간시설 등에 대한 강제조사의 범위와 절차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감염병 확진자 등의 개인정보의 수집 및 관리체계도 더 엄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안심밴드(전자손목밴드)에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자가격리앱과 연동되어 활용되는 안심밴드는 자가격리 위반자에 한해서 당사자의 사전동의를 전제로 부착된다고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착용을 거부하면 정부가 지정한 별도 시설에 자비부담으로 격리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 고발조치되는 상황에서는 그 강제성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20세기 들어 우리에게 가장 큰 감염병 고통을 가져온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더 큰 고통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신종 감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적 통제도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미리 대비해야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이천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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