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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효력 다한 ‘5ᆞ24 조치’ 해제, 남북관계 진전과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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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피격 용사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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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이후 이명박 정부가 취한 독자적 대북 제재인 ‘5ㆍ24 조치’ 해제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5ㆍ24 조치 10주년을 앞두고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 “정부는 이 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 추진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는 20일 통일부 대변인의 기자회견 발언이 발단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정부가 천안함 대북 제재를 사실상 폐기 선언했다는 해석까지 하고 있다.

5ㆍ24 조치가 유명무실하다는 통일부 대변인 발언이 사실을 오도한 것은 아니다. 남북 교역 중단, 방북ㆍ대북 신규 투자 불허 등이 중심인 이 조치는 이를 도입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경협 방북 등 상당 부분에서 예외를 적용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남북 교류와 협력, 군사적 긴장 완화를 주축으로 한 정상 선언까지 발표됐다. 남북 관계가 이미 5ㆍ24 조치 시행 때와 다른 상황이니 이 조치가 실효성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의 합의에 기초해 남북이 협력을 도모하는데 이 조치가 방해가 돼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조치의 출발점인 천안함 폭침 문제가 여전히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조치의 해제 조건으로 ‘북한의 천안함 사건 시인과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을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효력과 무관하게 공식적으로 이 조치를 해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 정부도 5ㆍ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럽다. 통일ᆞ외교 장관이 조치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북한의 책임 인정 등 미해결 과제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최종 판단은 유보해 왔다. 이는 “남북협력을 지지”하면서도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추길 바라는 미국의 태도와도 다르지 않다. 5ㆍ24 조치가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해석하는 것과 해제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를 동일시해 정치적 논란을 부추길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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