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선보상 방안 이사회 논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라임 펀드 판매은행 7곳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액의 30%를 미리 보상하고 펀드 평가액의 75%도 가지급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예를 들어 투자 원금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면 손실액 1억원의 30%인 3000만원을 선보상하고, 펀드평가액 1억원 중 75%인 7500만원을 가지급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인 1억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라임펀드는 당장 현금화가 힘든 자산이 많다. 펀드 환매가 마무리되는데도 3~5년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 돈이 묶일 처지인 투자자들에게 일단 일부를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 조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의 절반(8146억원) 가량을 은행에서 팔았다.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769억원), 하나은행(871억원), 부산은행(527억원), 기업은행(294억원), 경남은행(276억원), NH농협은행(89억원), KDB산업은행(37억원) 순이다.
은행 내부에선 투자자 피해를 보상해 고객신뢰를 찾고 영업기반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또 감독 당국의 제재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 은행은 자체 보상안을 이르면 이달 안에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사외이사 설득이다. 선보상은 일종의 사적화해다. 이런 사적화해는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전 금지조항을 어길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은행권이 광범위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은행권은 사외이사를 설득하려 금감원에서 선보상조치가 손실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조치의견서를 회신받았지만, 추후 법정 공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이사회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아울러 선보상 같은 일괄적 보상안은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배상해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입는다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라임펀드 등 해외 사모펀드 사태의 핵심은 운용사의 부실과 불법 운용 탓이 커, 은행이 주도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는 상황이 다르다. 은행 책임이 크지않다고 결론이 나도 고객에게 이미 내준 돈을 돌려받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은행권은 배임 등을 우려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키코 배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키코 배상에 대한 은행들의 법적 책임은 소멸시효가 이미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법률전문가 출신 사외이사가 배임 가능성을 놓고 보수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선보상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사회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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