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증시가 급락한 데다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고객으로부터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나서 거의 거들떠보지 않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지난해에도 전체적인 평균 수익률이 정기예금 이자율 정도인 2.25%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퇴직연금에 묻어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운용사들이 고객의 투자이익보다 수수료 수입에 더 관심이 크다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물론 운용사들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적립금의 90% 정도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으므로 자금을 자유롭게 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기금형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도 투자실적형 상품에 선뜻 돈을 맡기지 못하는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자칫 퇴직연금마저 날린다면 결국 노후생활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퇴직연금이 은퇴 후 소득대체율 70%를 맞추려면 적어도 연 4% 정도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도가 시행된 2005년 이래 지난 3월 말까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218조원 규모로 늘어났지만 원래 취지에 비해서는 뒤처져 있다는 얘기다. 금융기관들이 운용하는 다른 상품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도만 도입해 놓고는 천덕꾸러기로 만들어버린 꼴이다. ‘퇴직연금 무용론’이 더 확대되기 전에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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