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과정에서 재정지출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증세의 불가피성이 거론되곤 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입장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증세는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말만 거듭해 왔다. 불가피하더라도 정부가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면서도 정부 안에서 증세론이 번지는 기미가 감지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근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세입기반 확충을 강조하는 등 증세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쉬쉬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오래 덮어둘 수 없는 쟁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몰고 온 경제위기 대응이 워낙 시급해 일단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추경 편성이 거듭되면서 재정적자가 외환위기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복지 확충을 비롯해 재정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던 터에 코로나 사태가 겹쳐 재정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 것이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만 해도 결국에는 다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증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법인세는 3년 전에 올렸기에 또 올리기 어렵고, ‘부자 증세’도 이미 기준점이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웬만큼 해서는 세수증대 효과를 낼 수 없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문제도 나름대로 반발의 여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중첩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조세수입을 늘려야 하는 처지다. 이 문제를 건너뛰고는 ‘한국판 뉴딜’이 힘을 받기 어렵고, 코로나 이후의 선도국가는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KDI가 그 문제를 꺼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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