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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코로나에서 ‘살아날 놈’은 살았지만 위기는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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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앙일보

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67포인트(0.44%) 오른 1,998.31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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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가 꼭 있었다. 시험 문제가 아무리 어렵게 나와도 점수는 꼬박꼬박 잘 나오는 그런 친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만나는 기업인마다 “코로나 때문에 정말 힘들다”는 말로 대화가 시작된다. 재계 15대 그룹(자산기준, 농협 제외) 주력 계열사, 7개 산업별 상위 3~4개사의 1분기(1~3월) 실적을 분석하게 된 계기다. 코로나가 대한민국 산업계를 덮친 어려운 시험에서도 점수를 잘 받은 우등생은 여기서도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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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우등생은 진짜로 있었다. 한화솔루션(61.7%)ㆍCJ제일제당(54%)ㆍLG전자(21%)ㆍ현대자동차(4.7%)ㆍ삼성전자(3.4%)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늘었다. 특히 LG전자는 1년 전보다 매출(-1.3%)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산업별 분석에선 반도체와 화학 분야에서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회사가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에 덜 흔들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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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반도체 시장(IC인사이츠 기준) 세계 2위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세계 4위 SK하이닉스는 41.4% 줄었다. 화학 업계(C&EN 기준)에선 세계 10위 LG화학이 23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롯데케미칼(20위)과 SK종합화학(34위)은 적자를 봤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1분기의 주인공이었다. 유통 효율화에 따른 판매관리비 절감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분기 재미를 본 회사들을 정리해보면 선제적 투자, 상품ㆍ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기본기로 코로나 초기 여파를 견뎌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 나온 기본 개념을 충실히 익힌 학생이 시험 난이도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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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0 부산베이비페어와 부산건축인테리어&홈리빙생활용품 전시회'가 개막해 관람객이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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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걱정은 2분기다. 코로나 확산이 세계적으로 수그러들더라도, 이번 사태에 따른 각국 폐쇄주의가 고개를 들고, 무역량 축소도 본격화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1~20일 수출액이 1년 전보다 20.3% 줄었다는 건 이미 신호가 왔다는 증거다. 또 미ㆍ중 갈등이 기술ㆍ산업 분야로 번지는 현 상황도 한국 기업엔 악재다.

전문가들은 ”환경이 어려울수록 소비자와 기업은 검증된 상위 업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찾을 것“ “실력 있는 기업은 어떤 여파가 와도 덜 흔들린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1분기 성적이 보여준 대로 꾸준한 효율화, 기술력 향상, 포트폴리오 다양화라는 교과서에 충실하란 얘기다. 일부 기업에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여론을 만들려는 시도도 느껴지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란 것 또한 상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장을 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고, 구광모 ㈜LG 대표는 충남 서산 LG화학 사고 현장에 직접 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0여일 만에 임원회의(19일)에 직접 참석해 계열사 상황을 점검했다.

위기 극복 노력의 한 모습이란 게 각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영 위기 땐 최고 경영진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들은 잘 알고 있을 터다. 위기 때 무조건 덜 쓰고 자르고 축소한다고 사정이 나아지진 않는다. 2분기의 진짜 실력자가 될 한국 기업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최선욱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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