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Green Waltz/허보리 · 목숨/박팔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목숨/박팔양

친구께서는 길을 가시다가

길가의 한 포기 조그만 풀을

보신 일이 있으실 것이외다

짓밟히며, 짓밟히면서도

푸른 하늘로 작은 손을 내저으며

기어이 기어이 살아보겠다는

길가의 한 포기 조그만 풀을

목숨은 하늘이 주신 것이외다

누가 감히 이를 어찌하리까?

푸른 하늘에는 새떼가 날으고

고요한 바다에 고기떼 뛰놀 때

그대와 나는 목숨을 위하여

땅 위에 딩굴고 또 딩굴 것이외다

강변 풀밭이 온통 꽃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제비꽃 금창초 강아지똥풀 꽃다지 산새콩 바람꽃 현호색…. 꽃들 동무 삼아 시집 읽기 좋고 방금 쓴 시 읽어 주기도 좋다. 꽃송이 몇 개를 묶어 강물에 띄우거나 흐르는 구름을 향해 던질 수도 있다. 공중에서 흩어지는 꽃들을 향해 스무 살 때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소리칠 수도 있다. 목숨은 하늘이 주신 것! 서로 사랑하고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삶은 이어지는 것. 힘든 지상의 시간들 속에 푸른 하늘의 새처럼, 고요한 바다의 물고기처럼 목숨은 조금씩 가난해지고 자유로워지자.

곽재구 시인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