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 프리미엄 붙어 구매가보다 비싼값에 판매
자신만의 아이템 좋아하고 SNS 활발한 MZ세대가 주목
"취미·취향 다변화 시대…리셀 시장 커질 것"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의 브랜드 피어마이너스원이 손 잡고 선보인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사진=나이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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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백화점에서 구매한 미개봉 새 상품입니다. 백화점 매장에서 거래 가능한 정품입니다. 인상 후 850만원이지만 810만원에 판매합니다.”
샤넬이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직후 한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는 샤넬 백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왔다. 가격 인상 전 약 700만원 초반이었던 가방을 1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거래는 금세 완료됐다. 판매자는 100만원 가량의 이익을 챙긴 셈이다.
지난 14일자로 샤넬이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한동안 고객들이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다가 오픈과 동시에 뛰어 들어가는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몇 시간만 투자하면 1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들을 샤넬 매장으로 달리게 만들었다.
이처럼 정식 매장이 아닌 구매자 간 이뤄지는 거래를 ‘리셀(resell)’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중고거래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희소성’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제품을 돈을 더 주고서라도 구매하려는 수요와, 그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선점한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지는 2차 거래인 셈이다.
샤넬의 경우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물론 작용했지만 전 세계 어디에 나가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량이 적은 모델들을 판매했다는 점이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이 밖에 나이키와 가수 지드래곤이 협업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나이키 에어포스 1 파라노이즈’도 수십, 수백 배의 재판매가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협업 제품은 일주일 동안 수많은 리셀러들이 매장 앞에서 진을 치게 했다.
단순 중고거래를 넘어 자신이 구매한 희소성 있는 제품을 금전적 이익을 남기며 판매하는 리셀 시장은 현재 스니커즈 분야가 가장 활성화돼있다.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신발 마니아층이 두터운데다 대중성이 높아서다. 명품이나 다양한 브랜드·유명인과의 협업,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과 같은 ‘변주’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이 같은 범위가 명품이나 패션으로 확장하고 있다. 아트토이, 디자인 가구, 유명 가수의 한정판 앨범 등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템 역시 리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리셀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유롭게 다루는 세대인 이들은 유니크 하면서 특별한 자신만의 아이템에 열광한다.
몇 번 입거나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을 구매하고, 재판매를 통해 또 다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며 MZ세대를 리셀 마켓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리셀 마켓 소비자의 40% 이상은 MZ세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취미와 취향이 다변화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져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성 있는 아이템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리셀 시장 역시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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