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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시인의 마을] 시집 /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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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장 인 수


이번에 시집을 내면

닭장의 닭들에게 먼저 바칠 거야

닭들이 갈기갈기 지렁이처럼 시를 쪼아 먹겠지

이번에 시집을 내면

연못의 연밭에 던져 넣을 거야

큰비 쏟아져도 물에 젖기는커녕

데굴데굴 물방울을 굴리며 노는 연잎처럼

넓고 푸른 귀의 연잎들이 데굴데굴 시를 읽겠지

이번에 시집을 내면

몇 쪽을 쭉쭉 찢어서 냄비에 넣을 거야

라면 끓일 때 함께 넣으면 시도 뽀글뽀글 끓겠지

이번에 시집을 내면

참깨밭 참깨꽃에게도 바칠 거야

꿀 따러 온 곤충들이 새콤달콤 시를 따겠지

-시집 <천방지축 똥꼬발랄>(달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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