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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등교수업 사흘째, 현장은 여전히 ‘혼란’… “개학 취소하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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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정확한 매뉴얼이 하나도 없다. 뜬 구름 잡는 소리만 있을 뿐이다."

자신을 고등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가진단 제출을 통해 학생 상태를 파악하신다고? 담임교사들이 애걸복걸 반협박까지 해야 겨우 98% 응답한다"며 "오늘 딱 하루 딱 한 학년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시작된 지 사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방역 활동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혼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해 명확한 세부지침 없이 상당 부분을 대부분 각 학교들에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교사들은 "이대로 가다간 학교가 코로나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학부모나 학생들은 "등교개학 중지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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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쉬는시간 친구들과 재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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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적인 방역지침에 일선 학교들 ‘우왕좌왕’

지난 20일부터 고3 학생들을 맞은 일선 학교들은 혹시 모를 교내 집단감염 사태를 막기 위한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교육부 방역지침이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방역을 위해 학년별 식사 후 소독 작업까지 실시하려 했지만, 식사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져 이틀간 큰 혼란을 겪었다"며 "결국 자체 회의 끝에 교실 배식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방역 세부지침에 따르면 급식 관련 지침은 ‘급식소 이용 질서유지’ 뿐이었다. 지난 4일 나온 등교수업 방안에도 ▲배식시간 분산 ▲식사 좌석 거리두기 ▲개인별 칸막이 사용 등만 예시로 나와 있을 뿐이었다.

교내 냉방 관련 지침도 등교 첫날 바뀌어 혼선을 빚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 7일 학교 건물의 모든 창문을 상시 개방한 채로 에어컨을 가동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지만, 등교 첫날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다른 지침이 내려왔다. 비용 문제 등을 들어 환기만 하고 기존처럼 에어컨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비말(침방울)이 바람을 타고 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방역당국조차도 에어컨을 통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기만 하고 에어컨을 가동하라는 정부 조치에 일선 교사와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오프라인 학평’ 놓친 인천 고3들 교육차관은 "내신 안 들어가 괜찮아"

확진자 발생에 따른 학교 폐쇄 여부 결정도 모호한 상황이다. 지난 20일 인천에서 2명의 등교 전 확진 학생이 나오자 인천시교육청은 5개 구의 66개 고등학교를 폐쇄했다. 경기 안성시도 개학날 발생한 지역 확진자의 세부동선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근 9개 고등학교를 폐쇄했다.

그러나 지침대로라면 등교 개학 이후 교내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만 학교를 폐쇄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앞으로도 지역 확진자 나올 때마다 학교를 폐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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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교 개학 취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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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등교 첫날 지역 내 학교 중 절반가량이 등교 수업을 중단한 인천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날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는 수능을 앞두고 치르는 첫 모의고사인 ‘전국 연합학력평가(학평)’가 치러졌지만, 등교가 중단된 인천에서는 온라인 시험으로 대체됐다. 이 때문에 인천 일부 학생들은 모의고사를 치를 기회를 놓쳐 대학입시 준비하는데 피해를 봤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학평 전날인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도 실전연습 하고 싶은데 안 볼 거면 다 같이 안 보든가, 아니면 미루는 게 더 공평할 것 같다" "인천 고3들은 고3도 아닌가? 가장 중요한 모의고사 한 번을 또 생으로 날려버리게 생겼다" "첫 현장 시험인 6월 모의고사 성적표도 7월이나 돼야 받아볼텐데 그 때까지 내 실력을 모르는 거 아니냐"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내신 성적에 들어가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만 제대로 지킨다면 형평성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청원, 오픈채팅방 통해 ‘등교 중지’ 요구도

등교수업을 시작한 이후 학교 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자 등교 반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등교를 중지해달라는 게시글을 올라왔고 학생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를 시작한 20일 전후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 중지’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B씨는 "마스크를 벗는 학생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며 "나의 의지로 나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오늘 눈으로 보고 왔다. 어린 학생들의 투정이라고만 치부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등교 중단을 요구하며 온라인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부모 C씨도 "(아이가) 학교에서 확진자 한 명이라도 나오면 격리 후 선별진료실 가서 검사 받아야 한다는 뉴스를 보고 무서워서 학교 가기 싫다고 매일 울고 걱정한다"며 "아이 셋을 둔 엄마는 집에서 독박육아도 힘들지만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온다면 그보다 힘든 것 없을 듯 하다"는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 "등교 개학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등의 청원글도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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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개학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지난 21일 오후 카카오톡 온라인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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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21일 4시 기준 10개 정도의 ‘#등교 개학 반대’ 등의 키워드를 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생성된 상태다. 각 채팅방에는 많게는 약 380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오픈채팅방 참여자들은 ‘대구 고3 학생 코로나 양성’ 등 등교 개학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등교 개학 반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공지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 채팅방 참여자는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을 때 등교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더 늦기 전에 이번주라도 제발 등교를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교육부는 예정대로 등교 개학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3 이외 초·중·고생은 예정대로 등교를 진행하며, 대학 입시 일정·원칙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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