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21세기의 원년인 2001년 출생한 사람이 성년이 되는 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경제와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졌다. 혼란과 불안의 정서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나라 곳곳에서는 옛 건물이 허물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도시가 계획되고, 새 철길과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 우리가 사는 모습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창간 10주년을 맞은 조선비즈가 2020년의 대한민국 모습을 기록해본다.
☞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기사 보기
https://biz.chosun.com/interactive/archiving/article4.html
◇ 공항 옆 논밭 마곡의 환골탈태···한국 R&D의 심장이 됐다
2020년 3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일대 전경. /허지윤 기자 |
매서운 꽃샘 추위에 옷장에 넣어둔 두툼한 겨울옷을 다시 꺼내입은 2020년 3월 어느 평일 아침, 서울지하철 5호선 마곡역 입구로 나가니 분주한 풍경이 펼쳐졌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앞다퉈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네모 반듯하게 나뉜 도로 양쪽에는 지은지 얼마 안 된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줄줄이 서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곡동로 일대는 각양각색의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로 다시 한번 붐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상시보다 거리에 나온 사람 수는 적어졌지만, 인기 많은 식당과 카페 앞에는 서로 간격을 두고 줄을 길게 늘어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야말로 논밭이던 마곡지구의 전경(위)은 도시개발사업으로 기업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가 이전하면서 주거기능이 강화된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강서구청 제공 |
불과 10년 전만 해도 논밭이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2020년 풍경은 이렇게 분주하다. 마곡산업단지가 국내 최대 민간 연구개발(R&D) 단지인 덕이다. LG, 롯데, 이랜드, S-Oil, 넥센, 코오롱, 대웅제약 등 다양한 기업들이 ‘마곡시대’를 선언하며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오는 2022년까지 모두 150여개 기업이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기업들의 등장은 인구 유입과 주거지, 상업지구의 발달을 불러왔다. 산업단지인 마곡밸리(M밸리)가 조성되면서 이 일대가 서울 서남권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한 모습을 기록한다.
◇ ‘서울의 실리콘밸리’ 기대하는 마곡밸리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지역균형 발전과 서울의 경쟁력 회복, 세계도시로의 도약이라는 비전 하에 구상됐다.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대가 마곡지구(366만6644㎡·약 100만평)로 지정됐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지식산업 그린시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선일보 DB |
서울시는 지난 2005년 12월 마곡지구 조성계획을 발표한지 2년 만에 첫 구역을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전체 부지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2지구(190만3477㎡)는 산업·업무단지로 할당했고, 1지구와 3지구는 각각 주거단지와 공원복합단지로 지정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참고해 계획을 세웠다.
2020년 3월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 전경.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부지 뒤로 대기업의 연구소 건물과 주거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는 기업들을 끌어오기 위한 당근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마곡지구 입주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견기업 R&D 복합센터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유인책을 제시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과 서울시 조례에 의해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은 취득세 감면율 75%(시세 조례에 의해 추가감면 25% 포함), 재산세 감면율 35%(과세의무 성립일로부터 5년간)를 적용받는다. 외국인투자기업은 요건이 충족되면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조세감면, 현금지원, 고용보조금, 교육훈련보조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08년 마곡산업단지가 지정된 이후 총 150개 기업이 입주계약을 맺었다. 2020년 5월 기준 사업개시 기준 입주율은 26% 수준으로, 오는 2022년까지 150여개 기업이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2020년 3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Only)타워 전경. /박성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마곡동로에 들어서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코오롱그룹의 연구개발(R&D)센터 '코오롱원앤온리(One&Only)타워'다. 유리 외벽에 섬유 직조패턴을 형상화한 패널을 전면에 두른 이 건물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미국 건축가 톰 메인이 설계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최첨단 신소재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을 활용해 섬유산업을 모태로 성장한 코오롱의 정체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에서 1000여명 인력이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수분제어장치를 비롯한 여러 미래 먹을거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LG그룹은 2018년 17만여㎡의 부지에 LG전자 등 8개 그룹 계열사의 연구기능을 모은 ‘LG사이언스파크’ 문을 열었다. 롯데그룹은 2017년 기존에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규모를 5배 키운 ‘롯데 R&D센터’로 문을 열었다. 80여곳이 이미 입주해 있고, 나머지 업체들도 잇따라 들어올 예정이다.
마곡지구는 공동주택단지와 산업단지,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서울식물원 등도 함께 조성 중이다. 마곡 MICE 복합단지 사업은 마곡 도시개발구역 8만2000여㎡ 토지에 총 사업비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컨벤션과 호텔, 문화 및 집회 시설 등을 짓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2021년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에는 롯데건설을 비롯해 금호산업,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하이투자증권, 코람코자산운용 등 10개의 법인이 참여했다.
◇ 서울 주변부에서 직주근접 주거지로 부상한 마곡
서울 변두리 중의 변두리로 여겨지던 마곡의 상전벽해는 치솟은 집값에서도 체감된다. 일자리가 늘면서 젊은층의 주거 수요가 증가했고, 지난 2013년부터 신축 아파트가 분양되면서 집값도 상승세를 탔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이곳에는 14개 단지에 9715가구가 입주했다. 올해 마곡단지 3차 분양이 시작된다. 앞으로 2개 단지의 공사가 끝나게 되면 모두 1만1812가구가 거주하게 된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벨리 아파트 단지. /박성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힐스테이트마스터 아파트 단지 전경. /허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남권 중심업무지구라는 탄탄한 배후 수요로 주목받으면서 이 일대 집값도 고공행진했다. 마곡엠밸리 단지 아파트는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4억3000만~5억원이었는데 2020년 5월 현재 시세는 11억~12억원이다.
강서구 전체 집값도 오름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5년 1월 강서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4억9283만원, 전세가격은 3억2135만원이었다. 2020년 3월 기준 이 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배 이상 오른 9억1201만원, 전세가격은 1억원 이상 오른 4억8393만원이다.
그래픽=박길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0년 3월 분양한 마곡9단지는 146.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 청약경쟁률은 평균 22.5대 1로, 710가구 모집에 1만4012명이 몰렸다. 지하철 마곡역이 12년 동안 무정차역이었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던 곳에서 주거 수요가 몰리는 인기 주거 지역으로 변신한 셈이다.
주거환경도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마곡지구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국내 첫 보타닉공원(공원과 식물원의 결합)인 서울식물원은 축구장 70개 규모(50만4000㎡)에 이른다.
2019년 5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연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내부. /장련성 객원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식물원은 2013년 8월 조성 계획이 발표된 후 2018년 10월 임시 개방을 거쳐 2019년 5월 1일 정식 개방했다.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모두 4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빅토리아수련·호주물병나무·올리브나무 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과 바오밥나무·양귀비 등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년 누적 방문객은 40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2020년 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식물원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지난 2월 25일부터 휴관했다가 5월 6일부터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만 시범 운영을 재개했다. 이곳은 앞으로 식물을 8000종까지 확보해 대한민국 대표 도시형 식물원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2020년 3월 현재 상가들은 제법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마곡중앙1·2로 건물 곳곳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기업이 모두 입주하고 주거지도 완벽하게 채워지면 도시가 서서히 완성된 모습을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오피스건물의 상가 곳곳이 비어 있다. /박성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