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회원국의 자유 비무장 공중정찰 허용하는 조약
작년 중거리핵전력조약 이어 군축 조약서 또 이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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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한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이후 국제조약에서 또 한 번 이탈한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1일(현지 시각) 미 정부가 러시아가 항공자유화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조약 탈퇴 의사를 회원국들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6개월 뒤 공식적으로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이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들이 준수할 때까지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내일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의 통지서를 조약예탁국들과 다른 모든 당사국들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러시아가 조약의 완전한 준수로 복귀한다면 탈퇴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자유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4개국이 지난 1992년 체결해 2002년부터 발효된 조약이다. 가입국의 군사력 보유 현황과 군사 활동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AP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미국의 조약 참여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관리들은 8개월간의 검토 결과 조약에 남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고위 관리들은 또 러시아가 모스크바와 남부 캅카스 지역의 체첸 등의 비행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AP는 미국 이 조약에서 탈퇴하면 러시아와의 관계가 긴장되고, 유럽 동맹국들과 미 의회 일부 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했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인 INF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 러시아와 맺은 또다른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배치하는 핵탄두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인데, 2021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미국의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발표 소식에 대해 비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 근본적 협정 탈퇴를 정당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배격한다”며 “미국이 현재 러시아의 위반으로 내세우려고 시도하는 기술적 문제들의 논의를 계속하는 것을 그 무엇도 방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조약 탈퇴가 전혀 필수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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