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60)
학창 시절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은퇴 후 밴드를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하우스콘서트를 열 때다. 한 친구가 리허설 도중에 프로가 잘할까, 아마추어가 잘할까? 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프로가 잘하지 하고 대꾸하자 그는 아마추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그것을 업으로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린 것이지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말이 그럴듯해서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가 연주한 곡은 주로 70년대 유행했던 음악이다. 다른 음악회와 달리 맥주를 마시면서 손뼉도 치고 제법 시끌벅적하다. 참석자들은 5060세대가 많았다. 한참 흥이 나면 가끔 관객들이 객석 옆 로비에서 춤도 추었다. 아버지는 자녀 앞에서 제법 근엄한 척하지만 친구를 만나면 이렇듯 동심으로 돌아간다. 어른들의 이런 모습이 젊은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궁금하다.
나이가 들면 왠지 놀이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마음은 청춘이다. 젊은 사람이든 늙은 사람이든 사람의 본능은 똑같은 법이다. [사진 Pixabay]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경기도 일원에서 열린 회사 행사에서 몸소 막춤을 추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른 적이 있다. 젊은 직원들은 회장의 돌발적인 행동에 환호했다. 신 회장은 대학시절 그룹사운드를 조직하여 기타리스트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 끼가 다시 발산한 것이다. 직원들이 앙코르를 요청하자 그는 임원들과 함께 율동을 하며 광화문연가를 열창했다. 이런 보스와 같이 일할 수 있다면 아마 회사생활도 즐거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왠지 놀이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마음은 청춘이다. 젊은 사람이든 늙은 사람이든 사람의 본능은 똑같은 법이다. 한번은 음악회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는데 중년 여성이 옆에 와서 망설이다가 좀 더 연주했더라면 자기도 춤을 추었을 텐데 하며 아쉬움을 표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후였다. 기회가 되면 구경꾼으로만 있기보단 직접 놀이란 바다에 뛰어들기를 권하고 싶다. 인생은 우리 기대처럼 그리 길지 않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전문 과정을 이수하며 죽어가는 사람의 사례를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 호스피스 센터에 입원한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20여 일에 불과하다. 물론 그보다 오래 사는 사람도 있으나 입원 하루 만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임종환자는 그곳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사람은 살아온 대로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잘 살아온 사람은 잘 죽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음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자신의 삶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는 임종환자가 많았다. 그들이 후회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임종환자에게 삶을 뒤돌아보며 가장 후회되는 것을 물었다. 그들의 답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1위는 남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답이었다. 그리고 2위는 너무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았다, 3위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후회다. 임종 때야 비로소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걸 뉘우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돌이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남의 눈높이에 맞추어 살아 왔다면 이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아갈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라도 실행하기를 권한다. [사진 Pixabay]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찍이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이 돈이라고 했다.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돈보다 더 중요하다. 돈이야 많든 적든 노력하기에 따라서 벌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전반생을 마친 세대에게 다행히 후반생에서 다소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여하히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 머빈 킹이 퇴임을 앞두고 기자와 인터뷰했을 때다. 중앙은행 총재에 올랐다면 누구라도 그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임종 환자처럼 너무 일에만 매진했다고 자신의 삶을 후회했다. 그리고 인생 2막에선 전반생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킹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들을 때마다 춤추고 싶어진다며 은퇴 후에는 춤을 제대로 배우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남의 눈높이에 맞추어 살아왔다면 이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아갈 때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가족의 이해와 지원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꿈을 이것저것 생각해 본 후 몇 가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꿈은 실천 가능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러므로 작은 것이라도 실행하기를 권한다. 죽어가는 사람이 전해주는 조언이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