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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마이너스 손, 공공개발]③ 도시 철학 부재가 누더기 부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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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경제 체력도 문제·무차별 동시개발이 하향 평준화 불러

관광도시 표방하면서도 경관 보호는 먹거리 아닌 규제로 취급

자연경관지구 지정 단 1곳에 불과…서울은 19곳

연합뉴스

명지국제신도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공공 개발이 난개발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방 도시 부산의 약한 경제 체력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서울 등 수도권이 개발 계획을 세우면 민간의 참여가 넘쳐나는 것과 달리 지방 도시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 도시는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 개발 계획을 세우더라도 사업이 일단 시작된 상태에서 표류하면, 긴 호흡을 가지고 버티며 원칙을 고수해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서울 마곡·상암동 등에 업무·상업 지구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IT기업 입주가 잇따를 것이고, 설사 사업이 일시적으로 잘 안 되더라도 조금만 버티면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본과 원칙을 깨뜨리면서까지 수익성 고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지만 지방의 현실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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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도시계획 연혁
2030 부산 도시기본계획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데다가 인프라나 경제적 관점에서도 수도권보다 열악하다. 공공개발도 현재는 사업 투자 성과를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못하는 구조다.

지방채 발행과 은행 차입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센텀시티의 경우 외환 위기 이후 급속도로 떨어진 경제 상황들에 직면하자, 민간 건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시계획 변경을 통한 누더기 개발이 불가피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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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개발 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 경제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현재 너무 많은 공공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이 자체가 난개발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느냐를 고민하고, 뭐로 채울지 준비가 돼 있었어야 했다"면서 "파이는 조그만데 사업은 지나치게 많고, 이를 성공시키려면 외부 동력을 끌어와야 하는데 2030 엑스포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도 "너무 많은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하향 평준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향후 공공 개발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게 하면서도, 바르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진행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의 공공 개발에는 건물 '높이'와 관련한 철학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고층 건물이 부산에 있는데,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왜 서울에는 초고층 건물이 부산보다 적은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건물이 높다고 해서 단순히 이를 난개발로는 볼 수는 없다.

높은 건물을 통한 밀집 개발이 녹지 공간 보호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물이 높아질수록 주변에 피해를 주고 가리기 때문에 높은 건물을 지을 때는 해당 건물이 필요한지, 어디에, 어떻게 지여야 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반드시 형성돼 있어야 난개발이 안 된다.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 기능 비율이 높을수록 높이가 낮아져야 한다는 '용도용적제' 개념도 이런 높이에 대한 철학이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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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 건물로 입주민들의 바다가 된 부산 해양 조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부산의 경우 마린시티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거시설이 많으면 높이가 낮아져야 한다는 이런 개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친수 공간 하나 없이 해안가에 거대한 장벽을 쳐버리면서 '아파트 주민을 위한 바다'를 만들어 버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에는 십여년 전부터 해수욕장 주변 높이 규제에 대한 경관 기본계획이 마련됐지만, 시는 실제 행정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시가 건물 높이 관리 경관지침을 만들어 법적 구속력 있는 도시 기본계획에 포함하자, 부산에도 뒤늦게 이런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이미 많이 늦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2030 부산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부산지역 769㎢의 땅 중 개발 가능한 부지는 5.8%에 불과해 이미 개발이 진행될 대로 돼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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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개발이 된 땅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2030 부산 도시기본계획, 재판매 및 DB 금지]



강 교수는 "부산은 도시경관계획을 2005년 수립을 했었고 여기에서 이미 고층 건물로 인한 경관의 역전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면서 "고층 건물을 짓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고민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 들은 토건·개발 사업의 규제 정도로만 인식하는 점도 문제다.

천혜의 해변과 풍광을 지닌 부산에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자연경관지구'는 단 1곳 밖에 없다.

서울만 보더라도 자연 경관지구가 19곳에나 지정돼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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